박기영 본오1동 통장

아담한 체구에 나긋한 목소리.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외모에서 나오는 비장의 무기는 무엇일까. 무엇이 봉사로 잔뼈가 굵은 이의 마음을 샀던 걸까. 호기심을 가지고 녹음기를 켰다.

박기영 본오1동 통장은 현재 지역 주민들의 집을 하나하나 돌아보고 있다. 급작스레 가계가 기운 집은 없는지, 지역사회가 발견하지 못한 사각지대는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사회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을 발견하고 담당기관에 보고하는 일을 맡고 있다. 박 통장의 돌봄은 전임 통장의 권유로 시작됐다.

“통장을 하기 전, 아름다운 가게에서 봉사를 하고 있던 때였어요. 전임 본오1동 13통 통장님께서 ‘박씨가 관내 어려운 이웃을 찾아내는 일을 맡아 달라’고 했어요. 이웃들에게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싶어 뛰어들게 됐습니다.”

이웃을 돕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녀 역시 얻어가는 게 많아졌다. 특히 어려운 이웃의 사정과 마주할 때면 현실에 대한 감사와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하루는 비가 올 때면 홍수를 겪는 집을 방문하게 됐어요. 열악한 환경에서도 웃음꽃을 피워가며 사는 이웃을 보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행복은 결코 주어진 환경에 좌우되는 것이 아님을 실사를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웃을 섬기는 즐거움을 알아가면서, 그 속에서 값진 인생교훈을 얻어가면서 그녀는 점점 봉사에 매료됐다. 더 많은 자리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이웃을 섬기고 싶었다. 그래서 몸담게 된 것이 로보캅순찰대다.

“나영이 사건을 계기로 안산에서 로보캅순찰대가 발족하게 됐어요. ‘아이들이 안심하고 학교를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전임 시장님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서였어요. 아이들의 등하교 지도를 하는 일에 나서게 됐습니다.”

발을 담근 물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곳에서 그녀의 손길을 필요로 했다. 로보캅 활동도 모자라 방재단 활동에까지 몸담게 됐다.

“로보캅 활동을 하면서, 주민들 실사를 다니면서 생각보다 우리 이웃들이 재난에 너무 쉽게 노출돼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잘 먹고 사는 것 못지않게 ‘외부나 자연의 위협으로부터 이웃을 안전하게 지켜내는 것’ 역시 중요한 섬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난을 겪은 이웃을 돌아보게 됐어요.”

수많은 자리에서 이웃을 섬기면서 그녀는 나름의 확고한 봉사관이 생겼다. 그것은 ‘봉사란 인내’라는 것이다. 특히 한 가지 사건을 겪으며 이러한 지론은 더욱 확고해졌다.

“하루는 동네에서 제설작업을 하는데, 저희가 조금 서툴렀는지 동네 주민이 막 핀잔을 주는 거예요. 아마도 저희들이 급여를 받고 일하는 줄로 오해를 하셨나 봐요. 그때 속에서는 울컥하기도 했지만 ‘좋은 마음으로 하는 일이니만큼 인내하고 넘어가자’ 마음먹었어요. 그 순간을 넘기니 땀의 보람이 더 큰 수확으로 다가오더라고요.”

“봉사도 ‘내 도를 닦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힘들 때도 많겠지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누군가에게 조건 없이 기쁨을 줄 수 있다는 보람 하나 바라보고 섬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유일한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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