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매립지의 우아한 변신(?) - 이정소

세상의 온갖 배출물들이 모이는 곳이 쓰레기 매립지다.

사람의 흔적이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남아 있는 기억 저장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얼마의 시간이 지나야 삶의 흔적들이 우리 뇌에서 고스란히 사라질까? 분명한 것은 눈에 보이는 기억은오래지 않아 우리 눈앞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수백 년이 지나 새로운 도시가 건설되면 이곳에서 삶의 흔적들이 그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 보일 것임에 틀림없다.
안산시화쓰레기 매립지는 1988년부터 1994년까지 6년간 안산과 수원 등 경기도 내 8개 시군의 쓰레기를 처리하던 곳이다.

1995년 매립장 용량이 채워지면서 사용이 종료되었다. 그 후 20년간 폐기물 관리법에 의해 안산시는 환경 안정화 작업을 실시하였다.

환경영향조사 결과 안정화 기준에 적합 판정을 받으면서 매립지 사용방안을 검토해 오던 경기도가 드디어 “세계정원 경기가든”이라는 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말 쓰레기 매립지의 우아한 변신이 아닐 수 없다. 쓰레기 매립지는 폐기물 관리법에 의해 토지 사용이 제한되어 있다. 수목 식재, 초지 조성, 공원,체육 문화 시설 용도로밖에 사용할 수
없다.

그동안 시민들을 위한 체육 시설 사용이 거론되어 왔으나 매립지 소유권을 갖고 있는 경기도에 의해 “세계정원 경기가든”으로 결정된 것이다.

경기도는 순천만 정원을 의식해 인근 안산 갈대습지공원과 화성시의 비봉습지공원까지 합치면 111만㎡ 규모인 순천만 정원보다 큰 132만㎡ 규모의 국내 최대 정원·에코벨트가 탄생할 전망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오세아니아, 아메리카 등 5개 대륙과 한국 등 6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정원과 광장, 전망대, 환경 교육 시설, 체육 시설, 숲 속 놀이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컨퍼런스와 레스토랑, 교육, 기념품점, 역사관뿐만 아니라 디자인 창업과 정원 관련 자재를 판매하는 정원 산업 유통센터를 유치해 커뮤니티와 정원문화산업의 중심지로 개발
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사업비는 5 60억 원으로 연간500만 명 정도가 찾는 관광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 사업은 우리를 들뜨게 한다. 나는 안산이 좋다.

참으로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늘 갖고 산다. 5분 거리 안에 공원과 체육 시설이 이토록 풍부한 도시는 수도권에 그리많지 않다. 그뿐인가 노적봉을 비롯해 수리산 등 높지 않은 생활형 등산이 가능한 산도 가까이에 있다.

정석 교수는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는 책에서 “튀는 도시가 아니라 참한 도시, 그것이 도시설계의 꿈이고 길이다”라고 했다.

불도저식 거대 개발과 디자인 과잉 풍조에 식상한 도시민들에게 사람을 섬기는 도시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우리 배설물을 오래 간직해온 쓰레기 매립지가 정원으로 탈바꿈한다니 고마운 일이다. 거기다 순천만 정원보다 규모도 크고 관광 유발 효과도 더 클 것으로 기대가 된다고 하니 더더욱
고마울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비교 우위의 정원보다, 고용과 관광 유발 효과가 큰 정원보다 바라는 것은 튀는 건축물이 아닌도시민들의 삶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정원이 되었으면 한다.

우아한 변신보다 우리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작은 변화를 기대한다.

이것이 바로 2018년 하반기에 착공해 2021년 완공을 목표로 달려갈 경기정원 조성 계획에 대한 우리의 작은 기대며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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