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학 컬럼

곧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에는 ‘대추 밤을 돈 사야 추석을 차린다’는 옛 학창시절에 국어 교과서에 나온 시의 한 부분이다. 각박하고 어려운 생활에 추석의 여유도 없이 지내는 사람들이 참 많다. 없는 시절엔 진짜 추석명절에 객지에 나갔다 돌아오는 형 누나들의 기다림은 추석 한 참 전부터 설레임 그 자체였던 것 같다. 어려움이 심할수록 그런 기다림이 더한 걸까? 요즘은 기다릴 사람이 없다. 이제는 어엿한 가장으로 가정과 이웃과 더불어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추석의 명절을 어떤 추억으로 새기고 싶은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주변에 명절연휴로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각자의 자유이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민속의 명절은 우리의 것으로 뭔가 좀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필자는 강원도 영월에서 자라 전라도 나주의 아내를 만나 명절에 시댁과 친정을 고루 드나든다. 자라오면서 보고들은 바로는 딸은 출가외인이라 시집가면 그길로 친정과는 인연 끊고 지내는 사람도 많은 것 같은 데 필자는 똑같은 자녀인데 그건 아니라고 시댁과 친정을 고루 다닌다. 친정은 사위는 백년손님이라 아주 귀한 대접을 받고 오는 기쁨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해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매부 자부를 기다릴 만도 한데 잘 되지 않는다. 어정중한 기로에서 기다림도 없이 명절은 지나간다. 없는 와중에도 나눌 수 있는 건 많았는데 왜 지금은 그런 없는 나눔이 자연스럽지 못한지는 가진 만큼의 척도가 가지면 가질수록 그런 의미가 줄어드는 것 같아 씁쓸하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이면 좋은데 고작 이걸 갖고 라는 비웃음의 걱정으로 쉽게 집으로 초대를 하지 못한다. 또한 조금의 경비만 들여도 밖에서 만나면 되니 굳이 집에서의 나눔은 거의 이뤄지기가 힘들다. 가족형제간이나 가끔 초대 외에는 없는 것 같다. 명절에는 가족과 만나고 나누고 그러면서 이웃과도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에 안산시에서 송편 나눔 봉사를 한다. 지난 구정명절에는 만두를 빚어 나눔 봉사를 한 것 같다. 참 좋은 행사이다. 수많은 봉사자들이 모여 잠시나마 같이 송편을 빚으며 어려운 이웃을 생각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인 것 같다. 교육원과 복지센터를 운영하면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돌리는 것이 추석명절의 표시이다. 사업이 돈을 많이 버는 사업이면 명절 떡값도 많이 줄 텐데 그렇지 못하다. 많은 기업들이 참 어렵게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 다 같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주변에 문을 닫는 기업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런 이웃이 이와 같은 시기를 잘 견디고 다시 좋은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나라가 잘 살아야 국민이 잘살고 기업이 잘 돼야 직원이 사는데 점점 어려워만 가는 중소기업에 희망이 생기길 바래본다. 이번 추석 명절에 많은 기업과 국민이 둥근 달을 보며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란다. 지난 추석에는 ‘사도’라는 영화를 가족과 같이 보았다. 모처럼 가족과 영화를 같이 보면서 시간을 함께 한 것 같다. 이번 추석에는 함께 무얼 할까 고민도 된다. 지난 어렸을 때의 그런 기다림이 많아지는 추석 그런 추석을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잘 되지 않는다. 대신 추석음식 준비에 팔을 좀 걷어 젖히고 앞치마를 두르고 전이라도 부치면서 이번 추석은 좀 새롭게 준비를 해보고 싶다. 누군가의 없는 빈자리를 대신해서 좀 여유 있는 모습으로 나보다 힘들고 어려운 주변사람에게 좀이라도 힘이 되게 좀 멋진 여유를 부려 봤으면 좋겠다. 추석명절이 자져다 주는 느낌을 이젠 내가 직접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잘 만들어야 한다. 딸아이의 초등학교 아버지회 프로그램으로 한국민속촌 놀이 마을이 있다고 한다. 딸아이는 벌써 기다리고 있다. 가족과 함께 추석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좀 특별한 추석이 되도록 하자. 한 해 한 해를 보내다 보면 이런 명절이야 말로 참 의미있는 날인데 미쳐 표현을 다하지 못하고 피곤의 명절로 지나가는 사람도 많은 것 같은데 좀 의미 있는 명절 추석을 보내고 싶어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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