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군희 사단법인 한국생활음악협회 안산지부장

‘감사의 연속’이었다. 터져 나오는 한 절 한 절마다 그의 삶이 묻은 듯했다. 어진 언어가 그를 한층 빛나게 했다.

안산시평생학습원 어느 교실에서 이군희 사단법인 한국생활음악협회 안산지부장(사진)을 만났다. 그는 이곳에서 ‘찾아가는 힐링음악회’라는 노래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1988년부터 시작됐으니 그의 노래봉사는 벌써 27년째를 맞았다.

노래를 만나기 전 그는 여느 집 아낙네들이 그렇듯 평범한 주부였다. 가계에 보탬이 되고 싶어 조촐하게나마 의료 사업을 꾸리다 부도를 맞아 노래와 인연을 맺게 됐다.

“큰 사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부도를 맞아 정신적 충격이 컸습니다. 스스로를 위로하고자 우연히 MBC주부가요열창에 나가게 됐어요. 그 때부터 지금까지 노래와 연을 맺고 있습니다.”

‘순전히 우연’이라 설명하지만 결과는 괄목할 만했다. 1988년, 처음 나갔던 가요열창에서 대상을 받았다. 당시 프로그램의 인기 덕분이었을까, 대상 수상으로 이군희 지부장은 일약 스타가 됐다.

“당시 주부가요열창의 시청률이 70%대였어요. 전파를 탄 후 방송사로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습니다. 길을 지날 때면 알아보는 이들이 드문 있었습니다.”

그러나 급작스런 스포트라이트는 독이 됐다. 주부 출연진의 인지도, 빼어난 노래실력을 밤 문화에 이용하려는 이들이 생겨났다. 주부가요열창에 참가했던 많은 주부들이 가정 붕괴를 겪었다. 결국 프로그램이 폐지되게 됐다.

더 이상 자기의 재능을 뽐낼 장이 없어지자 주부들은 동우회를 만들었다. 주부가요열창에 출연해 입상한 이들로 구성된 동우회는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찾았다.

“내가 가진 재능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자는 일념으로 서로 똘똘 뭉쳤습니다. 89년 양로원 위문공연을 시작으로 90년 한국 지체장애자협회 위안공연 등 소외된 이웃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저희들의 무대가 됐습니다.”

아름다운 마음은 금새 입소문을 탔다. 군부대 위문공연, 자선음악회 등 점점 이들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유명세를 타다 보니 회원들이 점점 양분돼 갔다. 재능을 이용해 영리를 꿈꾸는 이들이 생겨났다. 더 이상 같이 할 수 없었다.

“노래를 통해 부도의 아픔 속에서도 일어서게 되고, 가정도 건강하고…. 제가 얼마나 받은 게 많은데요. 조금 유명해졌다고 욕심을 가질 순 없었습니다. 물질에 욕심을 가지면 남에게 피해를 주게 되더라고요. 아무 욕심 없이 이웃을 돕고 싶어 ‘찾아가는 힐링 음악회’를 만들었습니다.”

그에겐 41년째 모시고 사는 시어머니가 있다. 팔순을 넘었지만 아직까지 정정하다.

“어머님이 팔순을 넘기셨는데 아직까지 정정하셔요. 흔히 저 나이 어르신들 치매 같은 거 많으시잖아요. 근데 저희 어머님은 치매도 없으시고 정말 건강하셔요. 오히려 저보다 더 기억력이 좋으실 때도 있습니다. 집에서부터 그런 생활이 밖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거 같아요. 가정이 건강하니까 제가 봉사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가정이 건강하고, 그래서 제가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가 돼요.”

이런 그의 건강하고 긍정적인 자세는 이웃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우울하기 십상인 요양병원 어르신들이 그를 통해 웃음과 삶의 활력을 얻었다.

“요양원에 노래 봉사를 가면 어르신들이 점점 웃음을 얻는 모습이 보여요. 제가 갈 때마다 어르신들이 노래도 곧잘 따라하시고. 반갑다고 손도 잡아주시고 그러셔요. ‘이 선생님 덕분에 삶의 낙이 생겼다’는 말을 들을 때면 이 일을 하는 보람도 생기는 거 같아요.”

한 평생을 섬김에 바쳐 살아온 그에게 요즘 바람이 하나 생겼다. 생활음악협회 사무실을 얻어 조그마한 교육원을 운영하고 싶다.

“지금은 이렇다 할 사무실 하나 없어요. 노래교실 수업이 있을 때마다 평생학습원 강의실을 빌려 교육을 하는 식이에요. 평생학습원장님께도 사업 홍보도 하고, 사무실을 얻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노래교실 사무실을 얻으려는 이유는 교육원에서 노래를 좀 더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싶어서예요. 단순히 노래기술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 노래를 배우고, 배움을 사회에 환원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르치고 싶어요. 제게 노래를 배우는 분들만큼은 노래를 통해 행복감을 가지고, 그것으로 남에게 기쁨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삶은 내가 준비돼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웃에 대한 사랑과 감사를 늘 가지면서 스스로를 행복하게 가꾸어 가는 거죠. 늘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사니까 지금껏 삶이 평탄했었던 것 같아요.”

그의 철학에서 삶의 지혜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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