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정치 지도자요 독립운동가 겸 법률가인 간디는 비폭력 운동의 일환으로 촌락운동을 시작했다. 저소득계층의 경제적 자립을 목적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지배국의 방직기술을 거부하고 물레를 돌려 실을 만들어 천을 짜는 단순한 노동을 지향했다. 다소 낙후된 이 기술로 인해 주민들은 방직 기술이 가져다주는 이익보다 더 많은 유익을 누릴 수 있었다.

또한 1960년대 문화 혁명 당시 중국 산업화 촉진정책 중 하나로 기술이원주의가 있다. 도시와 농촌의 특성에 맞게 차별화된 산업방식을 적용하는 정책이다. 중국은 대량생산에서 이러한 마을 단위의 소규모 산업을 통해 경제 자립을 이룰 수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러한 운동과 정책 혹은 기술을 마땅해 정의할 단어가 없었다. 영국의 경제학자 슈마허는 간디의 촌락운동에 감명을 받고 이러한 적정기술을 체계화한 인물이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1973년에 발간한 그의 저서에서 적정기술의 원류 개념인 중간기술을 주창했다.

정확한 적정기술의 정의는 넓은 의미로는 인간사회의 환경, 윤리, 사회, 정치, 경제적인 측면들을 두루 고려하여 인간의 삶의 질을 향사시키는 기술이다. 즉 적정기술은 인류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데 필요한 기술이다. 적정기술은 1970년대 석유 파동과 미국의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 운동에 편승하며 대중적 지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적정 기술은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범주의 기술로 간주되며 관심에서 멀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적정기술은 빈곤 국가들을 위한 대안 기술로 끊임없이 연구되고 있다.

실패한 적정 기술은 대부분 지역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적용 지역의 환경과 문화, 관습, 교육 수준을 이해하지 못하면 기술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산속 깊은 마을 주민들을 위해 물탱크를 만들어 주었으나 저장 식수 문화가 없던 그들은 잘 적응할 수 없어 실패했던 사례도 있다. 또한 인도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있었던 화장실 사례도 있다. 야외에서 해결하는 화장실 문화를 가지고 있던 그들에게 현대식 화장실은 무용지물과 같았다. 이와 같은 수혜국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실패한 적정 기술의 실패 사례가 많다. 이는 그들에 대한 배려가 없어 실패한 경우다.

반면 적정 기술의 성공으로 꼽히는 사례도 있다. 개도국 아이들을 위한 저에너지와 저비용으로 만들어진 컴퓨터는 아프가니스탄과 팔레스타인 지역에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개발도상국을 위한 한 LED전구는 태양열을 통해 완충된 후 4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완제품의 가격도 15달러로 전기가 부족한 나라들에서 아주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우간다에서 땅콩 재배와 수확은 많은 노동력이 들어가는 노동집약 산업이다. 그러나 적정 기술의 혜택으로 50달러 미만의 땅콩 까기 기계 한 대로 2천명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전기 부족으로 음식을 저장할 수 없었던 나이지리아에서는 큰 항아리에 작은 항아리를 넣어 만든 간단한 냉각시스템으로 3일에서 27일까지 신선하게 유지된 음식물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과테말라에서는 자전거 동력을 이용한 급수 펌프로 인해 생산량을 늘릴 수 있게 되었다. 히포 롤러 워터 프로젝트도 유명한 적정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물동이를 이고 멀리에서 물을 길어오던 마을주민들을 위해 롤러 같은 물통을 끌게 하면서부터 2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혜택을 받게 되었다. 휴대용 정수기, 옥수수 까는 기계 등도 적정 기술이 현지인들의 삶을 돕는 기술로 평가받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적정 기술이 세상에 나온 지 40년이 되었다. 기술은 설계자의 지식만을 담지만 적정기술은 배려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우리도 한때 적정 기술의 혜택을 받던 가난한 나라의 국민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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