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스님 칼럼

운명은 정해진 걸까. 영화 가타카(Gattaca)에 보면 유전병 소인을 갖고 태어난 주인공이 나온다. 언제 어떤 병에 걸려서 언제 죽는지 이미 정해져버린 그는 유전 소인의 정보가 신분증마냥 쫒아 다닌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우성인자의 사람으로 신분 세탁하여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하자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지더니 결국 꿈을 이룬다.

우리가 뜻하는 바가 있으면 그것을 무던히 이룰 수 있을까. 우여곡절 많은 우리 인생에는 두 갈래 길이 주어진다. 복을 타고나서 원하는 걸 모두 갖고 부유하게 사는 길과 오직 하루벌이를 위해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의 길이 그것이다. 운명을 안 믿는 사람도 각박해진 이 시대를 어떻게든 잘 살기 위해 악을 쓰고 성공 운을 찾아 나선다.

내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사업은 잘 될 것인지, 취업은 잘 하게 되는지, 이번에 진급은 할 수 있을지 온갖 걱정거리들이 늘 주변을 맴돌고 있다. 혹여나 희망적이지 않은 미래를 누군가에게 듣게 된다면 이후 내 인생은 의미가 없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내 모습을 천천히 생각해 보면 ‘왜 이렇게 구저분하게 살고 있지’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독특한 성품을 갖고 있어서 누구하나 성품이 같은 사람은 없다. 저마다 처지와 환경, 성품이 다른 까닭은 각자의 업(業)이 달라서다.

병고(病苦)를 비롯한 대부분의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은 내가 지은 업에서 온다. 전생이든 현생이든 업력에 생기면 그 과보를 받아서 살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다. 지금의 일이 모두 우연처럼 보이지만 전생의 내가 쌓은 업의 결과물로 돌아오는 것이다. 과거에 얽힌 사건들은 이 생에서 어떻게든 풀 기회가 운명적으로 온다. 이때 매듭을 잘 풀면 미래에 긍정적인 일이 일어나는데, 풀지 못하면 그 업을 안고 다시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된다.

구름이 끼면 태양을 볼 수 없듯 중생은 악업이 쌓이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실수를 하고 잘못을 범한다. 우리가 행한 것은 인과법에 통해 반드시 되돌아온다.

불가에서 인생을 논할 때 번뇌장(煩惱障), 업장(業障), 보장(報障)의 세 가지 장애를 이야기한다. ‘번뇌장’은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고 교만하고 의심 많은 마음이 만들어 내고 이것이 모여 ‘업장’이 된다. 나쁜 업장은 탁한 마음을 이끌어내서 운명을 나쁜 방향으로 끌고 간다. 업이 행동으로 굳어지면 ‘보장’이 된다. 악업으로 인해 받은 지옥, 아귀, 축생의 과보가 있으면 불법을 듣지 못한다. 이런 장애들은 알게 모르게 짓는 우리의 행동에서 나온다.

업은 우리의 운명을 이끈다. 전생에 내가 쌓아놓은 죄와 조상의 나쁜 업장은 탁한 기운을 불러들여 운을 막는다. 빙의(憑依靈) 영가와 탁한 기운이 내 몸에 들어와도 운대를 꽉 막힌다. 그래서 업장소멸 기도와 청정한 심신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운명은 태어날 때 정해진다. 운대에 따라 성공하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 그렇지만 운은 의지와 노력으로 어느 정도 개선이 가능하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은 좋은 기운이 불러 들여 운을 좋게 만든다. 그래서 밝고 재미있게 살려는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야 잘 산다.

불교의 육바라밀(六波羅蜜, ‘완전한 상태’란 뜻) 중에 나오는 첫 번째 덕목이 ‘보시바라밀(布施波羅蜜)’이다. 베품을 통해 바라밀을 이룬다는 것으로서 성불한다는 의미도 있다. 베풀고 부모를 공경하는 복덕은 업을 조금씩 녹여준다. 천지만물의 기운도 운명도 바꾸어준다. 그렇기에 도시인들은 시간 날 때 마다 산과 바다에 가서 자연의 기(氣)를 받아야한다.

우리는 살면서 늘 업을 짓고 있다. 어느 순간도 업에서 벗어날 수 없다. 현생에서 좋은 업을 쌓고 열심히 기도수행하면 자신의 운을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 좋은 영적 지도자를 만나서 수행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대부도 만블라선원 010-3676-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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