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에 달린 감자처럼…줄줄이 나오는 90블록, 문제 있다

안산시민회의 항의 속에서 드러난 사동 90블록 개발의 문제점이 마치 감자 같이 줄줄이 달려 나오고 있다. 페이퍼컴퍼니가 외국인투자기관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비리 혐의로 징역을 받은 기업을 다시 공동투자자로 참여시켰다. 사진은 안산시로부터 사동 90블록 개발 사업권을 따낸 GS건설이 언론에 발표한 그랑시티자이 아파트의 조감도이다. 그랑시티자이는 사동 90블록에 들어설 예정이다.

마치 감자 같다. 안산시민회(회장 이병걸)의 항의 속에서 드러난 사동 90블록 개발의 문제점이 줄줄이 달려 나왔다. 안산시민회는 안산시를 직권남용으로 고발하기 위해 법률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뭘 빼돌리려고?…페이퍼컴퍼니가 외·투 기관으로

안산시가 철저히 비밀에 부치던 사동 90블록 사업 외국인투자기업의 국적이 페이퍼컴퍼니(조세피난처)였던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안산시민회에 따르면 안산시는 사동 90블록 실시협약을 체결한 후 시민과 언론에 외국인투자기관의 국적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한 기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약조건’을 들이대며 협약에 대한 자세한 정보 공개를 전면 거부했다.

그러나 11일 안산시민회가 안산시 마이스산업과를 방문, 준비된 자료를 바탕으로 집요하게 추궁하자 한참을 망설인 끝에 협약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계약서에는 믿을 수 없는 정보가 기재돼 있었다. 그동안 독일 국적의 기업이 외국인투자기관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계약서에 담긴 외투 기관의 국적은 버진아일랜드였다. 조세피난처였던 것이다.

지난 2013년 국제탐사보도협회(ICIJ)가 조세피난처로 세금을 탈루한 세계 유명기업들의 목록을 폭로하면서부터 버진아릴랜드가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버진아일랜드는 법인세와 소득세가 없고, 자금 세탁 시 추적이 어렵고, 의뢰인의 기밀 유지를 생명으로 한다는 특징으로 조세포탈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듯 조세피난처 중 가장 인기가 있는 버진아일랜드 국적 소속 기업이 사동 90블록 개발 외국인투자기관으로 선정됨에 따라 안산시의 검은 의혹이 불거지게 된 것이다.

 

▶비영리 행위만 요하는 법 무시하고…부동산 투자

외국인투자 시 비영리 행위만 할 것을 규정한 관련법을 무시하고 부동산 투자(아파트 개발) 목적으로 협약을 체결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국인투자의 요건을 규정하는 ‘외국인투자촉진법(제2조)’에는 비영리법인에 한해서 ‘외국인투자’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법에 근거, 외국인투자 시 부동산 개발과 같은 영리적 행위는 할 수 없게 된다.

물론 제주도 관광산업에는 외국인투자가 허용돼 있다. 그러나 이는 특수한 경우로서 국가가 특별법을 통해 인정하는 것이라 비교 대상에서 제외된다.

결국 이런 관련법에도 불구하고 안산시는 다분히 영리성을 띠는 사업(부동산 개발)에 대해서 외국인투자협약을 맺은 것이다.

 

▶범법기업이 투자협약기관으로 버젓이

범법기업을 실시협약 기관으로 버젓이 포함시킨 것도 문제다.

안산시에서 안산시민회 측에 확인해 준 90블록 실시협약서 내용을 통해 ‘뇌물공여죄로 사법기관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기업을 공동투자자로 참여’시킨 것도 드러났다. 이번 90블록 협약에 공동투자자로 참여한 (주)동훈은 지난 A 시장 당시 법원에서 뇌물공여죄로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실시협약에서도 당당히 협약기관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안산시 마이스산업과 관계자는 “실시협약 체결 당시 법률검토가 끝났다”면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결국 비리로 유죄가 확정된 기업을 동일한 계약에 협약기관으로 재 포함시켜 또 부정을 저지를 위험을 낳은 꼴이 된 것이다.

 

▶지분 16% 회사가…8012억 되는 이익 꿀꺽

보유 지분이 채 20%도 안 되는 회사가 땅값만 8000억대에 이르는 노다지 개발 사업의 최종 계약자로 선정된 것도 문제점으로 불거졌다. 당장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 의혹이 일었다.

안산시가 안산시민회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사동 90블록 개발 사업에 참여하게 된 기관은 GS건설, (주)동훈, 케이비부동산신탁, 바랜골드 케피탈이다.

이 4개 기관의 지분 보유를 살펴보면 GS가 16%, 동훈 49%, 케이비 5%, 바랜골드가 30%이다. 이 중 GS컨소시움이 사동 90블록 개발 사업의 최종 낙찰기관으로 선정됐다. 결국 16%가 8000억대를 집어삼킨 것이다.

자기자본비율 10%도 갖추지 못한 것도 문제다. GS건설은 자본금 200억 원만을 갖고 8012억 원에 이르는 계약권을 따냈다. 자기자본비율로 환산하면 고작 2.4%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당장 특혜 의혹이 나왔다.

안산시민회는 “어떻게 자기자본비율이 2%에 불과한 기업이 사업권을 가져갈 수 있느냐”며, “이건 최소한의 상식으로 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안산시민회, 고발 위해 법률 검토 마쳐

외국인투자사업에 있어서 안산시의 결정적 결함이 드러남에 따라 안산시민회는 적극 사법기관에 시를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산시민회(회장 이병걸)는 “안산시가 직권을 남용해 시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안겼다”면서,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고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했다.

안산시민회는 구체적인 경로에 대해서는 비밀에 부치면서도 “대한민국의 최고 사정기관들은 죄다 활용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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