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노 안산시자율방범대 풍전지대장

“기자님, 우리 지대장님 좀 꼭 실어드리면 안 될까요? 정말 동네를 위해 좋은 일 많이 하시는 분입니다.”

궁금했다.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기에 하루에도 수십 명의 봉사자와 마주하는 자원봉사센터 직원이 그렇게도 추천한단 말인가. 꿀 같은 주말도 반납한 채 따뜻함의 설렘을 안고 단원구 원곡동에 있는 안산시자율방범대 풍전지대 초소를 찾았다.

이성노 안산시자율방범대 풍전지대장(사진)은 동네에서 조그마한 가구 집을 운영하고 있다. 좋은 목재로 만든 좋은 가구를 손님들에게 주고 싶어 평생 가구에 빠져 살아왔다. 그런 그가 ‘자율방범대’라는 조금은 낯선 활동에 발을 담그게 된 건 순전히 동네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동네를 발전시키는 일’이라는 한마디에 낯선 곳에 무작정 뛰어들었다.

“하루는 지인이 ‘동네를 위하는 일인데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해왔어요. 당시만 해도 자율방범대가 무엇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랐지만 ‘동네’라는 말 한마디에 무작정 입대하게 됐습니다.”

무작정 뛰어들게 된 지역봉사활동이었지만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상대적으로 낮보다 치안이 취약한 밤에 활동하다 보니 ‘저녁이 있는 삶’은 포기해야 했다. 매일 익일 새벽 1시까지 방범순찰활동과 안심귀가 활동을 병행했다.

“방범대 활동은 퇴근 이후부터 시작돼요. 밤 9시에 퇴근해 잠깐 씻고 옷을 챙겨 입고 초소로 나섭니다. 밤 9시부터 밤 11시까지는 원곡1동 일대로 방범순찰을 나서요. 원곡동이 타 동보다 치안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곳이라 골목마다 꼼꼼히 순찰을 합니다.”

“그러다 11시부터는 초지역에서 여성안심귀가 활동을 벌여요.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등 요즘 들어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강력 범죄로 사회가 많이 불안해졌잖아요. 밤늦게까지 직장에서, 학교에서 우리나라를 위해 열심히 산 여성들이 집까지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게 돕는 것도 저희 임무 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동네를 돌다 보면 어느새 새벽 1시를 넘어서요. 그때 쯤 하루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듭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일과에 몸은 고단하지만 ‘동네를 위한 길이니 뿌듯하다’고 이성노 지대장은 말한다. 동네를 위한 일이 마냥 좋다 보니 어느새 판은 더 벌어졌다.

“하루 이틀, 하나둘 이것저것 하다 보니 어느새 하는 일이 꽤 많더라고요. 동네에 행사가 있을 때면 대원들과 함께 교통봉사도 나가고, 또 주민자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마음으로 동네를 섬기다 보니 지역사회에서도 그의 땀을 인정해줬다. 지난해 연말, 풍전지대는 안산시자율방범대 전 지대 중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좋은 일을 하는데, 대원들과 마음이 맞았기 때문에 그런 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동네를 위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대원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이에요.”

14년째 지역사회를 섬기며 수많은 봉사현장을 누볐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아무래도 세월호 참사였다. 특히 지인이 유가족 중 하나여서 그 안타까움은 더했다.

“참사 직후 택시기사들과 함께 유가족들을 진도까지 데려다주었어요. 진도에 도착해서는 방이 없고 차 안에서 제복을 덮고 잤고요. 봉사를 하다 우연히 자식을 찾는 지인을 보게 됐는데….”

“지대장을 맡은 지도 벌써 4년째예요. 이젠 지대장을 물려줘야겠지만, 그래도 봉사를 계속하고 싶어요. 좋은 일이고, 제 마음에 맞는 일이니까 끝까지 힘닿는 데까지 하고 싶습니다.”

‘사랑’ 하나로 동네를 아름답게 만드는 이성노 지대장의 모습을 보며 ‘나라를 더 살기 좋게 만드는 일도 결국은 애국에서 비롯되지 않는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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