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인문학은 우리 사회를 그럴듯하게 치장하는데 유용했다. 학문적 연구 분야에서 외면당하는 인문학이 사회에서만은 유독 대단한 바람을 일으키는 현상을 보면 이 열기가 얼마나 갈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청소년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인문학이라는 포장을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요즘 뜨는 강사치고 인문학이라는 포장을 안 한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럼 과연 인문학이란 어떤 학문인가? 인문학은 인간이 처한 조건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일반 과학과 사회 과학에서 경험적인 접근을 주로 사용하며,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사변적인 방법을 넓게 사용한다. 인문학의 분야는 철학, 문학, 역사학, 고고학, 언어학, 종교학, 여성학, 미학, 음악으로 이런 접근을 통해 지혜로운 삶을 추구하게 만드는 힘이 인문학에서 나온다.

이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보면 실로 다양하다. 서울시는 노숙자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철학, 역사, 문학 등 인문학 수업을 여는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2000명 수준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강의에 참여하는 대학도 6개교로 늘렸다. 참여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반별 인원도 25명 순으로 낮추고 토론식 수업도 도입 했다. 강의는 6개월간 일주일에 두 차례씩 야간에 실시하며 지역자활센터나 노숙인 쉼터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법무부 소속 영등포 교도소에서는 ‘교도소 문학 강좌’을 열어 호응을 얻은바 있다.

인문학 강좌가 대학에선 외면당하는 현실에서 일반인 특히 노숙자 및 저소득층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사실 인기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인문학 열풍을 몰고온 과정에는 노숙자와 저소득층을 위한 인문학 강좌로 유명한 얼 쇼리스가 있다. 그는 1995년 미국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설계하고 ‘클레멘트 코스’를 세계적으로 보급시킨 학자다. 이 코스를 통해 노숙인, 수용자, 마약 중독자들이 삶의 변화를 통해 사회 일원으로 복귀 하였다. 얼 쇼리스의 ‘클레멘트 코스’가 우리나라에 소개되고 인문학의 힘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인문학 강좌가 인기를 모으게 된 것이다.

KTV에서 김갑수의 진행으로 3년 가까이 진행된 ‘인문학 열전’ 시리즈 가운데 백미 열세 편을 골라 ‘인문학 콘서트’라는 책도 나왔다. 우리 시대의 대표 인문학 학자들인 고미숙, 김경동, 김기현, 김광웅 등이 모여 인문적 사고의 의미를 짚어본 교육과 윤리, 사랑과 성, 생명과 환경, 문화와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안산시평생학습관에서도 인문학 강좌를 넘어 이제는 인문학마을강사 양성과정을 시작한다고 한다. 인문학의 대중화를 위해 강사를 양성해 마을마다 인문학을 함께 공유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우리 사회의 인문학 열풍이 과연 마을인문학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까? 마을인문학은 최근 들어 지자체의 가장 선호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염려되는 것은 인문학이 자칫 싸구려로 전락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다. 인문학이 마을을 연결하는 중요한 통로가 되기 위해서는 인문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이해 즉, 철학, 문학, 역사학, 고고학, 언어학, 종교학, 여성학, 미학, 음악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또한 마을에 인문학을 접목하기 위해서는 안산이라는 도시를 형성하고 있는 시민, 문화, 전통, 공동체에 대한 이해가 각 분야별로 이해되어야 한다. 안산에서 이러한 경험과 학문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어렵게 시작하는 마을인문학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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