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자 법무부 수원지방법원 위탁보호요원

“저보다 훌륭한 분들 많은데….”

연신 부끄러워했다. 혹여 자기의 행적이 자랑이 될까 조심스러워했다. 말 하나도 조심스레 꺼내는 순수한 모습에 따뜻함을 느끼며 질문지를 들었다.

정숙자 법무부 위탁보호요원(사진)은 현재 수원지방법원에서 위탁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년범 사건이 다뤄지는 법정에 들어가 재판을 참관하고 소년보호처분이 내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한다.

“위탁보호요원으로 활동하게 된 건 정말 우연한 계기를 통해서였어요.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청에서 법정모니터링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추천을 받아 하게 됐습니다.”

우연한 계기가 벌써 8년이 됐다. 그동안 4, 50여명 아이들이 거쳐 갔다. 아이들이 좋아 시작한 일이었다.

“저도 자식이 있어서 애들만 보면 너무 좋아요. 정말 예쁘고 애들이 천사 같아요.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느라 자식들을 못 챙겨줬던 게 마음이 아팠는데, 이제는 시간이 좀 여유가 있어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위탁보호요원으로서 만난 아이들은 저마다 조그마한 상처가 있는 아이들이었다. 세상의 편견도 있었다. 그럴 때일수록 아이들에게 사랑으로 다가가기로 했다.

“법은 법원에서나 있는 거라 생각했어요. 저는 법 같은 건 잘 몰라서 그냥 ‘엄마’가 돼 주기로 했습니다.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지켜주면 아이들은 반드시 변화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정 위탁보호요원의 생각은 적중했다. 낯을 가려 처음에는 경계했지만 정숙자 위탁요원의 진심에 감동해 점점 마음을 열었다. ‘남자친구 얘기’를 함께 나누고, 정 위탁요원과 만나 함께 시간도 보냈다. 어느새 카톡을 주고받는 사이까지 됐다.

특별하게 한 아이가 생각나지는 않는다. 지나왔던 한 아이 한 아이 모두 소중하고 기억에 남는다.

“만난 아이들 모두가 사랑스럽고 소중한 아이예요. 다행스럽게 지금은 잘 살고 있다 연락 오는 아이들도 있고요. 그런 애들을 볼 때면 고맙기도 합니다.”

사실 아이들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사람이라 때론 게으름을 피우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정숙자 위탁요원을 잡아줬던 건 나름의 신조였다.

“저는 봉사란 나와의 약속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제가 변함없는 걸 좋아하거든요. 때론 게으름을 피우고 싶기도 하지만 제가 아이들의 엄마가 되겠다고 한 건 아이들과의 약속이며 저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하거든요. 약한 생각이 들 때마다 ‘나와의 약속을 어기지 말자’는 신조가 저를 꽉 잡아줍니다.”

오랫동안 아이들의 어머니가 돼왔다. 특별한 바람이 있나 물었다. 돌아온 답은 ‘특별한 바람은 없다’였다.

“특별한 바람이랄 건 없습니다. 다만 그냥 평범하게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필요한 대로 쓰이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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