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조 칼럼>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식사를 할 때나 모임에 참석하였을 때, 또는 상을 받거나 어떠한 은혜를 입었을 때에 자주 사용하는 말이지만 정작 그 의미는 뜻은 잘 알지 못하고 있거나 구별하여 사용 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먼저 ‘고맙다.’는 ‘남의 은혜나 신세를 입어 마음이 즐겁고 흐뭇하다. 남이 베풀어 준 신세나 은혜에 대해 즐겁고 흐뭇하다’는 뜻을 지닌 형용사이다. ‘고마움’이라는 명사형을 만들어 쓸 수는 있으나, 이런 마음을 나타내는 명사는 없다. ‘고맙다.’의 어근 ‘고마’는 원래 ‘신(神), 존경(尊敬)’이라는 의미였다. ‘고맙다.’는 ‘존귀하다, 존경하다.’는 뜻을 지닌 말이다. ‘신과 같이 거룩하고 존귀하다, 신을 대하듯 존경하다.’는 뜻을 지닌 말이 ‘고맙다.’이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은혜를 베푼 상대방을) 참으로 신과 같이 거룩하고 존귀하게 생각합니다.’라는 뜻이 될 것이다. 어마어마한 칭송의 말인 것이다.

 

그 다음 ‘감사’는 일본식 한자어이다. 사전을 옮겨 보면 ‘かんしゃ 感謝 かん-しゃ[感謝] 감사.’ 일본 발음으로는 ‘간샤’이다. 일제강점기에 들여와 우리말처럼 쓰이고 있는 말이 ‘감사’이다. ‘감사’는 명사이고, ‘감사하다.’는 동사이다. 하지만 ‘감사, 감사합니다.’는 하도 익숙한 단어라서 이 말과 이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요즈음 ‘감사’와의 결별론이 거세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

‘감사합니다.’를 ‘고맙습니다.’로 대체하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감사’를 대체할 만한 단어가 없다는 점이 그것이다. ‘감사’는 ‘고마움’으로 바꾸어 쓸 수는 있지만, ‘감사장, 감사패, 감사절’ 등등의 단어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안이 아직은 없다는 것이다.

 

‘감사의 마음’이라는 뜻을 가진 ‘사의(謝意しゃい)’도 일본에서 쓰이는 한자이다. 이외에도 기스(상처), 닭도리탕(닭볶음탕), 뽀록(들통), 분빠이(분배), 노가다(노동), 다데기(다진 양념), 망년회(송년회), 고참(선임), 땡땡이무늬(물방울무늬), 호치케스(스테이플러), 땡깡(투정), 오케바리(좋다.), 쇼부(승부), 곤색(청색), 지리(맑은탕), 공구리(콘크리트), 식대(밥값), 잔업(시간 외 일), 가라(가짜), 시말서(경위서), 견출지(찾음표), 후카시(폼재기), 삐까삐까(번쩍번쩍), 사라(접시), 애매하다(모호하다.) 등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의 상당수가 일본식 단어이다. 필자 역시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많은 단어들을 아무생각 없이 사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일제의 잔재를 청산한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우리말 사랑’ 운동은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단어를 버리는 일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단어를 발굴하거나 새로운 단어를 만든다거나 하는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어쨌거나, 되도록이면 서로를 신처럼 떠받드는 말인 ‘고맙습니다.’를 쓰도록 노력해 보아야겠다!

‘감사합니다.’를 ‘고맙습니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를 ‘참으로(대단히) 고맙습니다.’로 ‘감사드립니다.’를 ‘정말 고맙습니다.’로 바꾸어 사용하도록 해야겠다.

‘고맙습니다.’를 애용한다면,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는 사회, 서로를 거룩한 신처럼 예우하는 사회가 금방이라도 도래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 주신 독자님! 정말 고맙습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한 영 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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