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스님 칼럼

중국 항저우(杭州)에는 천개 섬을 가진 호수 첸다오후(千島湖)가 있다. 비취와 딥블루의 칼라가 절묘하다. 1078개의 섬이 고요한 호수를 에워싼다. 첸다오후에는 138km의 자전거 도로가 섬 일주코스로 연결돼 있는데, 어느 작가의 사진을 보니 개미허리 아치교를 닮았다.

익숙함이란 장애와 변화가 없는 것이다. 섬에는 낯선 기운이 서려있다. 옛 선조들은 섬을 속세를 벗어난 선계로 여겼다. 건너기 힘든 물이 가로막고 있는 까닭이다. 종교에서 물의 의미는 크다. 성경에 650회 나오는 물은 ‘씻는다’란 뜻이다. 죄를 물로 씻어내는 것이다.

저승에 가려면 삼도천(三途川)을 건너야 한다. 이 강을 건너면 이승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사찰에도 배의 그림과 조각이 자주 나온다. 사바세계인 이승을 떠나 피안의 극락으로 가는 배가 반야용선(般若龍船)이다. 영주 부석사의 반야용선에는 인로왕보살(引路王菩薩)이 용머리를 한 뱃머리에 서서 진리를 깨달은 중생들을 인도한다.

섬에는 ‘고독’의 의미도 있다. 도시인들은 항상 고독하다. 중생들의 마음 한 곳에는 ‘그리움’이 서려있는데, 고독과 그리움이란 어쩐지 잘 어울리는 말이다. 그리움은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감성이라서 마음을 성숙시켜주기도 하고 어느 땐 뜻하는 바를 이루는 힘이 되어준다. 세상을 잘 살려면 기다림도 잘 활용해야 한다. 무엇이든 잘 기다려야 얻어지는 법이다. 대부분 살면서 잘 안 되는 건 기다리지 못해서다.

대부도는 서해에서 제일 큰 섬이다. 시화방조제와 탄도방조제가 뭍을 연결해주었다. 301번 지방도로가 섬을 가로질러 두 방조제에 닿는다. 안산 구경(九景) 중 여섯 개가 이 섬에 있다. 조선시대 사료를 보면 남양부(현 화성시)에 속한 섬이었는데, 그때는 제법 큰 목마장(牧馬場)이 많았던 모양이다. 규장각의 대부도지도에는 대부도와 영흥도, 선재도가 사복시(司僕寺) 소속으로 되어 있는데 사복시는 말을 관장하는 관청이다. MBC 마리텔 이경규편에서 대부도 승마방송이 나온 이후로 승마체험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한편 대부도는 염막(塩幕) 즉, 소금 창고였다고 한다. 택리지 경기도편에 보면 ‘대부도는 어민들이 사는 곳이다. 남양 서촌(西村)은 한강 남쪽의 생선과 소금의 이권을 독점한다’고 기록돼 있다. 대부도 소금은 오래전부터 유명했다. <조선반도의 농법과 농민>을 쓴 다카하시 노보루는 이 섬에 100여개 ‘벗(소금 굽는 가마)’이 있었다고 했다. 1벗이 약 2천 평이다. 동주염전을 포함하여 인근 염전을 모두 이으면 수인선 협궤열차의 선로와 연결된다고 한다. 일제 수탈의 흔적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염전체험은 독특한 경험이 될 것이다.

대부해솔길은 지금 야생화 천국이다. 산딸기 맛도 좋다. 구봉이산의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걸어 해변가를 도는 코스가 일품이다. 영험한 산신할머니께 간절히 기도하면 심중소원 하나를 이뤄주신다. 거북 명당인 천영물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나서 연꽃 형상처럼 피어난 꼬깔섬에 이르면 낙조전망대와 함께 눈이 시리게 아름다운 서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섬의 남쪽에는 산 위에서 신선이 내려와 맑은 물에 목욕했다는 선감도가 있다. 고려 때 배를 축조하던 곳이란 설도 있다. 뼈아픈 역사 공간이 새롭게 변모한 경기창작센터, 선감어촌체험마을이 볼만하다. 불도와 탄도 역시 하나의 섬으로 이어졌다. 누에섬의 어촌민속박물관에 가면 옛 어촌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경기관광공사는 지난주 테마별 여름휴가지 3종 세트를 소개하면서 대부도를 넣었다. 섬은 현대인의 근심과 스트레스를 청정한 바람에 씻어내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여행을 하면 어린아이의 마음이 된다. 무더운 7월에는 대부도 체험여행을 떠나보자.

대부도 만블라선원 010-3676-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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