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 상록실버요양원 시설장

“아이고, 제가 무슨 그런 그릇이 되나요….”

역시 쉽지 않았다. 칭찬 받을 만한 위인이 못 된다 했다. 설득 끝에 승낙을 얻었다.

“훨씬 봉사 많이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요. 내세우기 부끄러워요. 그냥 제가 어떤 일 하는지 몇 마디 듣고 가셔요.”

흔한 미담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지만, 일상에 담긴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어쩌면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거야말로 최고의 미담이 될 수 있으리라!’

김선 상록실버요양원 시설장(사진)은 요양원 사회복지사다. 2년 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작년 4월 지금의 요양원에 입사했다. 사회복지사로서 이제 겨우 1년 좀 넘게 지냈다. 그 전까진 개인과외를 했다.

“시부모님과 같이 살다 독립을 했어요.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자격증을 닥치는 대로 땄습니다. 그래도 직장을 잡을 수 없더라고요. ‘이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사회복지사에 뛰어들었습니다.”

부푼 기대를 안고 요양원에서 사회복지사로서의 첫 발을 뗐다. 생각만큼 쉽지 만은 않았다. 할 일이 많았다.

“요양원에서는 사회복지사가 정말 꽃이에요. 어르신들 관리부터 요양보호사․간호사 선생님들도 사회복지사가 챙겨야 해요.” “거기다 시청이나 건강보험공단에서 요구하는 서류구비까지 사회복지사가 해야 합니다. 일을 하면서 ‘자기 일에 충실한 게 진정한 봉사’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1년이란 짧은 시간동안 벌써 여덟 분의 어르신이 유명을 달리했다. 살아계실 때 더 잘 모시지 못해 한 분 한 분이 안타까웠다. 그 중 유독 머릿속에서 쉽게 떠나지 않는 어르신이 있다. 올 초 세상을 떠나신 무연고 어르신이었다.

“하반신 마비가 있으셨지만 정신은 온전한 분이셨어요. 어디서 잘못된 소문을 들으셨는지 인지능력이 없으신 척을 하셨어요, 요양원 선생님들 몰래 한문을 적으셨습니다.” “글씨도 너무나도 예쁘시고, 어르신 정성이 너무 아까워 하나하나 모아서 ‘사자성어 책’을 만들어 드렸어요. 어르신이 너무나도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어르신께 기쁨을 드리면서 ‘사회복지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어느 직업이 안 그러겠냐마는 사회복지사는 더더욱 ‘내 마음이 시켜야 한다.’

“단순히 ‘사회의 복지를 위해 일한다’는 생각으론 부족한 것 같습니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에 마음이 움직여야 그 소임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어요.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 그것이 사회복지사 같습니다.”

간절히 바라는 일이었기에 지나온 1년이 너무 행복했다. 즐겼기에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무엇보다 스스로 지난 1년에 만족한다. 때 묻지 않았고 진실했다.

“거대한 바람은 따로 없어요. 그냥 지금처럼, 지금 모습이 앞으로도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에요. 속세에 물들지 않고, 즐기며 이웃을 섬기는 마음. 절대 잃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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