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안산시 새마을회 이사

넉넉하고 푸근한 인상이었다. 초면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편안했다. 온화한 마성이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도했다.

송철호 안산시 새마을회 이사(사진)는 25년째 새마을회에 몸담고 있다. 6년 넘게 안산동 새마을회 회장을 역임하다 올해부터 시 새마을회 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도배업에 종사하고 있다. 낡고 빛바래 스러져가는 집도 그의 손을 거치면 새집으로 부활한다. 송철호 이사는 이러한 직업을 살려 어려운 이웃에게 집 고쳐주기 봉사를 하고 있다.

“그래도 제가 잘할 수 있는 거니까. 옛날엔 일 년에 두 채씩 고쳐주고 그랬는데, 지금은 게을러서 그런가 그렇게 안 되네요?(웃음)”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단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니까,’ 나누고 싶었다. 굳이 계기라고 한다면 우연한 부탁에서 시작했다.

“안산동에 들어와 살다가 주민센터에서 ‘동네 어려운 이웃의 집을 좀 고쳐줄 수 있느냐’는 부탁이 와 참여한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그렇게 망치를 든 게 안산동에서만 벌써 스무 채가 넘었다. 워낙 손이 매워 인근 동네에까지 소문이 퍼졌다. 이동․와동, 심지어 시 신체장애인단체에서까지 부탁이 왔다.

수많은 집 고쳐주기 봉사를 했지만 치매 노인들이 사시는 곳에 봉사를 나갔던 기억이 아직도 뇌리에 남는다. 뿌듯함이 더했다.

“치매가 있으신 어르신들이다 보니 용변을 잘 가리지 못하세요. 집 곳곳에 대소변이 묻어 바퀴벌레가 끌었어요. 힘들었지만 그땐 정말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정말 필요한 도움이 돼 드린 것 같아 보람이 남달랐습니다.”

어려운 이웃에게 조그마한 도움이 돼 드리고 싶다는 일념으로 한 봉사였기에 굵은 땀이 무의미해질 땐 정말 허탈했다.

“실컷 (집을) 고쳐드렸는데 집주인이 따로 있을 때,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는 다른 데서 살고 있었을 때 허무했습니다. 봉사하면서 그런 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모든 천사가 그렇듯 송철호 이사 역시 ‘정작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할 사람은 내세우지 않고 가까이서 손과 발이 돼 준 주위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재능을 기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여느 봉사가 다 그렇겠지만, 집수리는 돕는 이가 없고선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집을 드러낼 때 부녀회 회원들을 비롯해 많은 이의 도움이 있었어요.”

이곳저곳을 손보며 봉사에 대해 생각해봤다. ‘봉사에서만큼은 장님이 돼야 한다’는 나름의 철학이 생겼다.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장님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잖아요. 봉사도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이름을 알리는 데 관심을 두다 보면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봉사가 나오지 않게 돼요. 잘 나오는 자리를 찾게 되고요. 그냥 나 자신이 뿌듯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한 것 같아요.”

저작권자 © 반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