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스님 칼럼

경주 불국사는 인도의 불국토를 신라에 옮겨놓은 것이다. 신라 법흥왕이 어머님의 발원을 받들어서 창건한 불국사 극락전에는 현판 뒤에 돼지 그림이 숨어있다. 처마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 이 그림은 '불국사 복돼지'다. 마당에도 황동 복돼지 상이 있다. 쓰다듬으면 복을 받는다고 소문나서 사람들이 만지고 간다. 극락전은 깨끗한 세계인 극락정토(淨土)인데 이런 곳에 복돼지 상이 있다는 건 아이러니다. 인간의 세속적 욕망을 보여주는 기복신앙(祈福信仰)의 한 표상이 아닐까.

복(福)이란 무엇일까? 복의 사전적 의미는 '아주 좋은 운수나 큰 행운'이다. 한자는 시(示)와 복(畐)이 합하여 만들어진 문자다. '시'는 하늘(天)이 인간에게 주는 신의(神意)이고, '복'은 복부가 불러 온 단지의 상형그림이었다. 복에는 인간의 힘을 초월한 하늘의 운수와 넉넉하고 풍요로움의 의미가 담겨있다.

불교에서 복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인간의 종교들은 이제 신께 구하는 차원에서 그치지 말고 복을 지으라고 훈수한다. 선행하면 공덕이 쌓여 저절로 복이 찾아 들어오는 것이다. 불교처럼 혼자서 공부하여 깨닫고 공덕 쌓는 것이 자력신앙(自力信仰)이다.

중생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부와 명예, 권력을 갖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삶은 다람쥐 쳇바퀴처럼 헛돌 뿐이다. 가난한 중생들의 눈에 복 받은 사람들은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다. 수많은 중생들은 오늘 하루도 근근이 벌어서 살아간다.

복 받는 사람의 유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운을 타고난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이에 반해 복을 스스로 일구는 사람이 있다. 부모에게 복을 물려받은 사람도 있다. 천운(天運)을 타고난 사람은 온갖 사고에도 기적처럼 살아나고 노동 없이 큰 재물을 얻는다. 크로아티아 태생의 프레인 셀락은 1962년 기차 탈선사고를 시작으로 비행기에서 떨어지고 심각한 교통사고를 수없이 당했지만 몸 하나 다치지 않았고 심지어 몇 년 후에는 복권에 당첨되었다.

복을 스스로 만드는 사람은 늘 노력하며 사는 성실한 사람이다. 자신의 길을 찾고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꿈을 일구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많다. 에디슨은 1만 번의 실험 끝에 백열등을 발명했다. 평범함에서 비범함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땀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복을 물려받는 사람은 소위 말하는 금수저다. 모 인터넷 사이트는 상위 1% 재력가의 조건을 자산 20억이라 써놓았다. 이들이 전국 토지의 43%를 소유한다. 부모의 재력도 복이다.

여기서 중생들의 몫은 여지없이 두 번째 유형이다. 돈 버는 사람들에겐 대개 어떤 공통점이 발견된다. 배움의 열망이 있고 일에 앞서 철저한 계획을 바탕으로 한다. 시간관리 전문가 앨런 라킨은 시간관리의 핵심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찍 기상해서 하루를 시작하고 절제와 인내심의 미덕도 가져야 한다. 거절하는 힘도 중요하다. 자신의 습성과 태도를 바꾸는 것이 돈 버는 사람들의 소양이다.

그렇다면 복 받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첫째, 재물로 남을 도와야 한다. 많지 않더라도 내가 가진 것을 조금씩 남과 나누면 행복감이 찾아온다. 둘째, 몸으로 도와야 한다.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가서 궂은일로 봉사하는 것이다. 셋째, 마음으로 돕는다. 타인을 향한 진심어린 축하와 위로는 행복한 사회의 기초가 된다. 긍정의 마음과 천지의 고요한 기운을 듬뿍 받는 것도 복 받는 길이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열성을 갖고 노력하면 어떤 어려움을 해쳐나갈 수 있다. 물질은 언젠가 사라지고 말 것이기에 자비심을 내서 나의 것을 서로 나누면 나와 남이 모두 행복해진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최영 장군의 옛 말을 되새겨 보자.

대부도 만블라선원 010-3676-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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