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실은 교통봉사대 안산지대 이다경 지대장

열악했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했다. 변변한 사무실 하나 없어 컨테이너에 의지하고 있었다. 입구에 붙은 조그마한 명패를 보고야 사랑실은 봉사대 사무실임을 알 수 있었다.

이다경 사랑실은 교통봉사대 안산 지대장(사진)과의 첫 발은 먹먹함에서 시작했다. 도저히 나눌 게 없어 보였다.

더 궁금했다. 부족함이 만들어내는 사랑은 어떤 이야기일지.

그는 지난해부터 사랑실은 교통봉사대(이하 사랑대) 안산지대 지대장을 맡고 있다. 전국 38개소에 지대를 두고 있는 비영리 단체다. 사랑대는 동료의 사랑으로 출발했다.

“서울에서 한 택시기사 딸이 심장병에 걸린 일이 있었어요. 동료의 아픔에 함께하겠다고 동료기사들이 뜻을 모았어요. 택시에 딸을 돕는 저금통을 달고 방방곡곡을 누볐습니다. 그야말로 ‘사랑을 실은 택시’였죠. 그게 계기가 돼 사랑대가 탄생했습니다.”

사랑 실은 저금통은 위대했다. 죽어가던 동료의 딸을 살렸다. 넘어져 가던 동료를 다시 뛰게 했던 것처럼 내 이웃도 다시 뛰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퍼져서 우리 안산에도 뿌리내리게 됐다.

2000년 4월 발족해 채 20년이 안 됐지만 벌써 심장병으로 죽어가던 15명의 어린 생명을 구했다. 역시 사랑 실은 저금통을 달고 다니며.

어린 생명을 구하다 보니 이름 없이 죽어가던 어르신들이 눈에 들었다. 매년 무연고자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교통사고 사상자를 줄이자’는 슬로건으로 전국교통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곳곳을 누비지만 시민들에겐 그저 생소하다. 카메라 셔터조차 찾지 않는 어려운 곳을 찾기 때문이다. 드러내지도 않는다.

“사랑대의 활동이념이 ‘자랑 없이, 꾸밈없이, 바람 없이, 차별 없이’예요. 좋아서 하는 일인데 드러내면 안 되죠. 조용히 봉사하다 보니 생소해 하는 시민이 많아요.”

당연히 시의 지원조차 없다. 대원들이 사납금을 내고 남은 돈을 쪼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대원들이 차가운 컨테이너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는 것을 보면 수장으로서 가슴이 찢어집니다. 좋은 일 하시는 분들을 이렇게 고생시키는 게 맞는가 싶기도 하고요. 저라도 여유가 있으면 배불리 먹일 텐데…. 대원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라도 제대로 먹이고 싶습니다.”

배곯아 가며 하는 봉사라 집에선 늘 빵점 자리 가장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다. 도박이 됐다.

“봉사하면서 도박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됐어요. 그 가슴 뿌듯한 무언가가 계속 저금통을 달게 합니다.”

지금껏 몰래 해 왔지만 조금씩 이웃과 봉사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많은데, 물질과 인력이 부족해 맞추지 못한다.

“아직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이 많습니다. 그들을 다시 뛰게 하려면 더 많은 손길이 필요해요, 관(官)에서도, 시민들도 동역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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