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논설주간/ 홍대부여고교사

내가 사는 동네 바로 뒤로 도솔산이라는 작은 야산이 있다. 도솔산은 소나무가 우거져 있고 무덤이 유별나게 많다. 나는 시간만 나면 도솔산을 오르곤 하는데 요즘엔 초록이 무성하고 작은 산새들이 지저귀는 모습이 여간 예쁘지가 않다. 산 능선에서 흐르는 작은 개울엔 맑은 물이 흐르고 나뭇잎들이 파릇파릇하다. 도솔산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산 아래로 향하는 오솔길이 있다. 그 오솔길을 따라서 조금 걸어 내려가면 하천이 나온다. 하천엔 맑은 물이 흐르고 주변엔 갈대가 우거져 있다. 그 갈대 숲 사이로 오리며 두루미 등 철새들이 날아와서 즐겁게 놀곤한다.

나는 나무 지팡이를 짚고 하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해의 일이었다. 소나무 숲을 지나 개울가에 이르러 잠시 벤치에 앉아 있는데 어디선가 이상야릇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울음소리가 나는 곳을 따라 가보니 습지 사이 작은 웅덩이에 주먹크기만한 물체들이 꼼지락거리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두꺼비들이었다. 수백 마리는 될 성 싶은 두꺼비들이 웅덩이에 몰려 살면서 짝짓기를 하고 있었다. 참으로 신비한 광경이었다. 어린 시절 비가 온 다음이면 맹꽁이들이 한데 어울려 우는 모습을 보았지만 이렇게 많은 두꺼비들이 모여서 집단생활을 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나는 한참동안 그 진풍경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두꺼비들을 지켜보다가 날이 저물어 나는 다시 산을 넘어 왔다.

지난 해 그 일을 경험한 후 두꺼비들이 어찌나 궁금하던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을 내지 못해 참고 있다가 며칠 전 두꺼비들을 찾아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많던 두꺼비들이 살던 웅덩이는 메말라 버렸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 진풍경을 다시 기대하고 찾아갔는데 종적도 없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그런데 내 가슴을 더욱 아프게 만든 것은 그 웅덩이 옆으로 육중한 불도저의 굉음과 함께 하천이 파헤쳐지고 있는 것이었다. 불도저가 두꺼비들의 산란지마저 파헤치면 우리는 다시는 이 자연의 오묘한 모습을 다시 보지 못하고 말 것이다.

자연은 결코 인간만의 소유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들은 자연이 인간만을 위한 것인 양 마구 훼손하고 파괴한다. 두꺼비들도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그들의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인간은 그런 동물들과 함께 공존하면서 행복해질 수 있고, 또 기쁨을 얻을 수가 있는 것이다. 자연을 파괴하면 인간 또한 생존하긴 어렵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을 때가 아름다운 것이다. 사람의 힘이 닿고 개발이 되면 그것은 진정한 자연의 모습이 아니다.

요즘 메말랐던 수목에 새싹이 돋아 오르는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이다. 온갖 꽃이 만발하고 수목이 우거지니 사람들의 마음에도 꽃이 활짝 피는 듯하다. 이처럼 봄이 아름다운 것은 꽃이 있고 살아있는 생물들이 있기 때문이다. 도솔산에 두꺼비들이 사라지고 산과 들에 꽃이 사라진 모습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우리들의 마음속에 자연을 가꾸고 돌보려는 마음들이 자라났으면 좋겠다.

자연은 인간만의 소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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