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섭 정경부장

내가 세든 집에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쥐들이 살고 있었다. 그 쥐들은 항상 밝은 대낮에 떼 지어 다니며 제멋대로 갖은 횡포를 부렸으니, 침상(寢牀) 위에서 수염을 쓰다듬는가 하면 혹은 문틈으로 머리를 내밀기도 하고, 담벼락을 뚫고 농짝에 구멍을 내어 집안에 온전한 구석이 없으며 옷을 담은 상자나 바구니를 마구 갉아 옷걸이에 성한 옷이 없었다. 심지어 부엌문을 밀치고 들어가 음식을 덮어둔 보자기를 들치고서는 사발을 딸그락거리고 항아리를 핥는가 하면 곡식을 먹어치우고 책상을 갉으며 시렁에 올려둔 귀한 책까지도 모조리 쏟아 망가뜨리는데, 얼마나 날쌔고 빠른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나는 몹시 걱정하던 끝에 이웃집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빌려와 구석진 곳에 놓아두고 쥐를 잡게 하였더니, 그 고양이는 쥐를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할 뿐 전혀 잡으려들지 않았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쥐들과 한 패가 되어 장난을 하니, 쥐들은 쥐구멍 앞에 떼 지어 모여 거침없이 더 심하게 횡포를 부렸다. 나는 한숨을 쉬며 탄식하기를 '이 고양이는 편히 사람의 손에서 길러져 제 할 일을 게을리 하니 말하자면 나라의 법관이 부정한 짓을 한 자를 제재하는 일에 힘쓰지 않고 장수가 적을 방어하는 일에 태만한 것과 무엇이 다르랴. 하며 한참 동안 개탄하다가 실의에 빠져 이 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지 며칠 후 어떤 사람이 와서 하는 말이 '우리 집에 고양이가 있는데 매우 사납고 날쌔어 쥐를 잘 잡는다.' 하므로 그놈을 부탁하여 데려와 보니, 부릅뜬 눈동자는 금빛이 번쩍이고 무늬 진 털빛은 표범의 가죽 바로 그것이었는데,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으로 밤낮으로 집 주위를 맴돌며 살피고, 쥐구멍 가까이 가서는 조용히 코를 대보아 쥐 냄새를 맡으면 꼼짝하지 않고 버티고 앉아서 허리를 웅크린 채 공격할 자세를 취하고 있다가 쥐 수염이 구멍 입구에서 흔들거리는 것을 보자마자 쏜살같이 달려들어 머리를 깨부수고 창자를 끌어내며 눈알을 파내고 꼬리를 잡아 빼버리니, 10여 일이 채 안되어 쥐떼가 잠잠해졌다.

대체로 쥐는 본디 숨어사는 동물로서 항상 사람을 무서워한다. 전에 그처럼 횡포를 부리고 피해를 끼친 것은 그것들이 어찌 깊은 꾀와 뱃심이 있어 사람을 깔본 것이겠는가. 대저 사람이 그것들을 막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그처럼 멋대로 굴었던 것이다.

아, 사람은 쥐보다 슬기로운데도 쥐를 막지 못했고 고양이는 사람보다 슬기롭지 못한데도 쥐는 고양이를 무서워하였으니, 하늘이 만물을 세상에 내면서 이처럼 제각기 할 일을 부여하였다.

돌이켜 보면 만물의 영장인 인간으로서 명예를 훔쳐 의리를 좀먹고 이익을 탐하여 남을 해치는 짓을 쥐새끼보다 심하게 하는 자들이 많으니, 국가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어찌 그들을 제거할 방법을 생각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고양이가 쥐를 잡는 것을 볼 때 마치 부정한 자를 제거하는 것과 비슷하였으므로 마음속에 느낀 점이 있어 이 글을 쓴다.

조선시대 최연(崔演)의 ‘묘포서설(猫捕鼠說)’ 이야기이다.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던 4.13 총선이 끝났다. 나라의 살림을 걱정하던 국민은 어렵사리 300명의 고양이를 뽑았다.

총선기간 중 주인인 국민 앞에서 굽실거리며 충성심을 약속하던 그 고양이들이 본분을 잊지 않고 본인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 해주기를 바랄뿐이다. 그들끼리 무리지어 몰려다니며 싸움박질 하고, 그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곳간을 축내는 일을 주인은 이제 더 이상 봐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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