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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림이의 눈물
반월신문 | 승인 2016.04.13 10:11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의 하루하루는 정신 차릴 수 없이 바빴다. 일주일이 지나서 학급회장 선거를 했는데 한 아이가 압도적인 표로 당선이 되었다. 서혜림. 1학년 때 성적을 보니 모든 과목에서 탁월했다. 혜림이는 언제나 표정이 해맑고 교우관계도 원만했다. 우리 반에 수업을 들어오는 선생님들마다 회장이 어찌나 수업태도가 좋은지 모른다며 칭찬이 자자했다. 혜림이는 수업을 마친 후에도 도서관에서 밤늦도록 자율학습을 했고, 다른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는 휴일에도 학교에 와서 공부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모두들 퇴근을 한 텅 빈 교무실에 앉아 있는데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혜림이었다.

‘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

말 못할 고민이라도 있는 것처럼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은 제가 졸업할 때까지 꼭 비밀로 해주세요.”

“무슨 이야기인데?”

혜림이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겨우 말을 꺼냈다. 지금 함께 살고 있는 엄마는 친엄마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빠하고 친엄마는 오래전에 이혼을 했고, 새엄마를 얻었는데 날마다 때린다는 것이다.

혜림이는 그 말을 하며 울었다. 나는 무엇에 얻어맞기라도 한 듯 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늘 해맑은 표정으로 당당하기만 하던 혜림이에게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혜림이는 얼굴빛이 점점 붉어지더니 점점 언성이 높아졌다.

“선생님! 그 여자보고 엄마라고 하기도 싫어요. 며칠 전에 동생이 침대에서 떨어진 일이 있어요. 제가 마침 그 옆에 있었는데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동생을 붙잡을 수가 없었어요. 동생은 머리가 다치고 피가 났어요. 그걸 보고 저에게 니 머리도 한번 찢어 볼까? 그러더니 칼을 들고 와서는 막 머리를 찌르려는 거예요. 선생님 저 십년동안을 이렇게 지냈어요.”

나는 가까스로 한마디를 했다.

“그 정도면 아빠한테 말을 했어야지.”

“어제 말을 했어요. 근데 아빠는 제 말을 믿으려고 하질 않아요.“

“그럼 친엄마한테는......”

“그동안 친엄마하고는 연락을 주고받지 못했어요. 언젠가 친엄마한테 전화 했다가 얼마나 맞았는지 몰라요. 어제 친엄마한테 전화를 했어요. 그랬더니 당장 짐 싸갖고 오래요.”

그 후 혜림이는 친엄마네 집으로 들어갔다. 친엄마와 지내다보니 한결 마음이 편한지 얼굴빛이 많이 밝아졌다. 친엄마도 좋아한다고 했다. 혜림이는 여전히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듯 했고, 한 해가 훌쩍 지나 신학기가 시작되었다. 교정엔 자목련이 피고 개나리가 학교 울타리를 예쁘게 장식했다. 하지만 나는 혜림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었을 뿐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무능한 교사였다. 아이를 바른 길로 인도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자책감이 나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나서 혜림이는 졸업을 하게 되었고, 졸업식 날 나를 찾아왔다.

“선생님! 그동안 저 때문에 많이 힘드셨죠? 저 이번에 제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어요. 꼭 다시 뵈러 올게요”

나는 울먹이는 혜림이의 손을 꼭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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