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십대의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가정의 기둥인 오십대 가장들이 생활고를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십대 하면 흔히 ‘58년 개띠’가 떠오른다. 베이비부머의 주력계층인 이들은 태어나서 성장하기까지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했다. 대한민국사회에서 경쟁을 치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마는 특히 이들 세대는 많은 변화를 경험하며 살았다. 50년대 후반, 경제적으로 열악한 시대에 태어나서 유년 시절에는 가난을 체험하며 살았고, 그 이후로는 많은 우여곡절을 경험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공교롭게도 나 또한 그 시대에 태어나 유년 시절을 산골마을에서 보냈다. 어린 시절에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밭에 가서 풀을 뽑고,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하러다니고 쇠꼴 먹이러 다니고 눈만 뜨면 산 밑에 있는 샘에 가서 물을 길어오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일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우리 세대의 사람들이 그 시절의 일들을 그렇게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간직하기 어려운 것이, 그 시절, 우리는 가난 속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치열한 입시전쟁을 치러야 했고,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한 이후로는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없이 보내야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보다 앞선 세대를 생각하면 우리가 아무리 힘들게 살아왔다고 하더라도 그분들의 인생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들은 일제 강점기를 거쳐 육이오라는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가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면서 살아온 분들이다. 그러면서도 ‘58 개띠’ 인생이 특별하게 생각되는 것은 그들은 베이비붐 세대로 치열한 경쟁을 겪어야 했고, 다양한 경험과 수많은 고비를 넘기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 오십대들이 많은 고비를 넘기면서 이제 안정을 찾을 만한 나이가 되었고,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커서 결혼을 시켜야 할 나이가 되었다. 그런데 그들의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친구 병철이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안이 가난하여 더 이상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그는 자동차 정비 기술을 배워 정비센터에서 열심히 일을 하면서 돈을 모아 작은 정비센터를 하나 차렸다. 결혼을 일찍한 그는 결혼한 이듬해 딸을 낳았는데 그 이후로 딸을 셋이나 더 낳았다. 부부가 힘을 합해서 일 년 중 하루도 쉬는 날이 없이 땀 흘리며 일을 했다. 그런데 큰 아이가 심장판막증세가 있어서 많은 돈을 들여서 수술을 했는데 안타깝게도 둘째 아이마저 같은 증세를 보여 또 수술을 해야 했다. 그래도 그는 실망하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해서 집도 장만하고 세 아이를 시집보냈다. 이제 딸들도 셋씩이나 시집을 보냈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부부가 바쁘게 보내느라 그동안은 생각지도 못했던 여행도 다니고 외식도 하면서 행복하게 남은 인생을 보낼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동안 고생을 한 탓에 친구도 그 부인도 병이 들어 시들시들 앓고, 그동안 꾸려오던 카센터도 예전 같지 않아 이제는 그만 두어야 할 상황이 되었다. 그동안 벌어놓은 돈은 딸아이 시집보내고 수술비용으로 대느라 써 버리고 그나마 집 한 채 있지만 그걸 팔아서 생활비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병철이의 모습이 지금 우리 오십대들의 모습이다. 밖에서나 가정에서나 당당하게 서지 못하고,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육신은 힘들고, 마음은 외롭고, 경제적으로는 무능하여 운신의 폭이 좁다보니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은 그들이 바로 오십대 가장들의 모습이다. 이제 이들에게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살고 가정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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