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능력평가가 끝난 다음 날 고3 아이들은 학교에 등교를 했다. 1교시에 채점을 마치고는 3년 동안 아끼며 공들여 보아온 책을 가슴에 한 아름씩 안고, 낑낑대며 쓰레기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 표정들이 각양각색이다. 밝게 웃는 아이도 있고, 침울한 표정을 짓는 아이도 있고, 먼 허공을 바라보며 넋을 잃은 듯 표정을 짓는 아이도 있다. 그들이 가슴에 품고 가는 책 한 장 한 장마다에는 그들의 땀이 배어 있고, 눈물이 배어 있다. 한편으론 아쉬움이 다른 한편으론 후련함이 묻어 있는 교과서를 쓰레기장에 버리는 것이다. 그 책을 버리는 수험생들의 마음은 어떨까?

수능처럼 잔인한 시험도 없다. 단 한 번의 시험 결과를 가지고 대학에 지원을 하고 그것으로 내 인생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평상시 모의고사를 수없이 보지만 시험장에 가면 평상시와는 다른 성적이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평소보다 결과가 잘 나오면 좋겠지마는 그렇지 못할 경우 그 마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교사들은 가급적이면 수능 감독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수능 시험장에 가면 수험생 못지않게 감독교사들 또한 긴장을 하기 때문이다. 작은 실수라도 용납되지 않는 것이 수능감독이기 때문이다. 고사장은 쥐죽은 듯한 긴장감이 돈다. 그 숨 막히는 교실에서 수험생들은 문제를 푼다. 그러다보니 정상적으로 문제가 술술 풀릴 리가 없다. 시험이 끝나면 어떤 수험생은 답지에다 답을 옮기지 못했다며 발을 동동 구르며 조금만 시간을 더 달라고 애원을 하지마는 감독관은 자신의 임무를 다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용납하지 못한다. 실수로 시험을 망치면 한 해 더 고생을 해야 하고, 또 시험을 보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1년은 수험생들에게는 잔혹하기 이를 데 없다. 더구나 문제가 쉽게 출제가 되면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평소 성적이 잘 나오던 아이가 한 두 문제 실수를 하여 등급이 뚝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면 그로인해 당하는 심리적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아이는 며칠 동안 두문불출하며 끙끙 앓고 난 후에야 집에서 겨우 나온다. 이로 인해 그 주변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또한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이처럼 수능시험을 한 번 치르고 나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는 것이다.

또 수능을 마쳤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성적표가 나오면 대입원서를 써야 한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대학을 선택하고 입학하면 좋으련만 그렇게 진학을 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적성에 맞는 과를 가고 싶어도 성적이 안 되어서 못 가기도 하고, 세칭 일류대학교를 고집하다보니 적성과 무관하게 진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어쨌거나 이제 수능은 끝이 났고, 4년제 대학 정시모집도 12월 30일이면 대부분 마감이 되고 얼마 후면 그 결과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금년에도 여지없이 수능이 끝나자마자 수험생들이 자살을 했다. 한 교수는 이를 두고 ‘수험생들의 잇따른 자살현상은 대한민국 입시위주의 교육과 대학서열화 등 제도로 인한 타살’ 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좌절은 금물이다. 굳은 의지를 갖고 밝은 미래를 향해 활기찬 발걸음을 내딛어야 하겠다. 실패했다 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례가 많음을 볼 때 용기를 갖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는 시의 한 구절처럼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탐스런 열매를 맺기까지는 숱한 고난이 따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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