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국어과 교사인 윤 선생은 나이가 서른넷인데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키도 크고 잘생긴데다 성격도 좋은데 아직 결혼을 못한 이유는 신분이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정교사가 아닌 기간제교사다. 기간제교사는 학교와 맺은 기간이 지나면 학교를 떠나야 한다. 윤 선생은 나보다 훨씬 젊은데다가 머리도 좋고, 의욕도 많아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수업시간에도 최선을 다해서 가르치고, 담임을 맡아서는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며, 맡은 업무에도 최선을 다하는 정말 훌륭한 선생님이다. 그런데 그 윤 선생이 이제 우리 학교에 부임한지 2년이 되었는데 계약기간이 만료돼서 다른 학교로 가든지 아니면 집에서 쉬어야 하는 것이다. 윤 선생하고 지난 한 해동안 함께 지냈던 아이들은 윤 선생의 신분이 기간제교사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금년에도 윤 선생과 다시 수업을 할 것이라고 부푼 꿈을 꾸고 있겠지만 윤 선생은 어느 날 아이들에게 인사도 나누지 않고 학교를 떠날 것이고, 그제야 아이들은 자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윤 선생이 기간제교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며칠 전 윤 선생은 코가 석자가 되어서는 자신의 인생 상담을 부탁하는데, 나는 그에게 뭐라 마땅히 말을 하지 못하고, 단지 이제 며칠 후면 그와 헤어지는 것이 슬퍼할 뿐이다.

아마도 윤 선생은 이 학교 저 학교 이력서를 손에 쥐고 뛰어 다니게 될 것이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한 모범생이었고, 서울의 명문 대학을 졸업 했지마는 수십 대 일의 임용고시나 백 여 명 중에서 겨우 한 명 정도를 뽑는 사립학교 채용시험에 원서를 내봤자 1차 서류전형에서조차 통과하기 어렵다는 것을 수차례의 경험을 통해서 뻔히 알고 있다. 이처럼 서른넷의 나이에 성실하고 착하고 능력 있는 젊은 선생님이 비정규직 교사라는 이유 때문에 결혼은 생각지도 못하고, 이리 저리 떠돌면서 불안해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 만 명의 예비교사들이 배출되고 있다. 부전공으로 다른 교과 교사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하고, 사범대를 졸업하지 않더라도 교육대학원을 졸업하면 교사자격증을 취득할 수 잇다보니 해마다 수 만 명의 예비교사들이 무더기로 양산되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윤 선생 같은 처지에 있는 선생님들이 각 학교마다 십 여 명씩은 되니 그 숫자를 합하면 엄청나다.

하기야 이러한 현실이 어디 교사뿐이겠는가? 회사에 입사하기위해 수십 통의 이력서를 제출하고, 취직을 하기 위해 스펙을 쌓으려고 휴학을 하고 해외 유학을 떠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젊은이들의 결혼이 늦어지고, 결혼이 늦다보니 고령출산인구가 늘고, 고령출산 인구가 늘다보니 출산율이 저조한 것이다.

12월 5일은 임용고사를 보는 날이다. 삼사십 명 중에 한 명 정도는 합격의 기쁨을 누리겠지만 나머지 수 십 명은 또 좌절감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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