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상 순 / 우리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부모의 가치관, 자녀에게 대물림

환자A는 알코올 중독이다. 일단 술을 마시면 스스로를 제어 할 수 없을 때까지 마시고 술 주사가 심하였다. 부인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고 바람을 핀다고 우겨대며 집안을 때려 부수는 수준이 심해지면 부인은 참다 참다 못해 A를 구급차에 태워서 내원하곤 하였다.

A는 대학 교수를 하다가 정년퇴직을 하였는데 교수 시절에도 술 때문에 방학이면 정신과 격리 병동에 입원하곤 하였다.

A는 어린 시절, 술 마시는 아버지, 어머니는 A가 3세 때 돌아가셔서 계모 밑에서 성장하였다. 계모는 자신이 낳은 아이와 A를 무척 차별대우 하였고 온갖 구박과 거친 아버지에게 이간질하여 A는 아버지에게 많이 맞고 자랐다.

A는 자신을 지지해 주고 인정받은 적이 없었다. 사랑 받은 기억은 없고 무시당하고 무척 맞았다는 기억 밖에 없었다. 자신의 유년 시절은 지옥이었다고 소리쳤다. 초등학교 다닐 때 집에 오면 일만 시켰다. 하지만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A는 머리가 좋아 성적이 매우 좋았다. 부모님은 A를 중학교에 보내지 않아 결국 A는 중학교 진학을 하지 못하였고 그 때의 좌절감은 무척 심했다.

A는 객지로 나와 돈을 벌면서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쳤고, 장학금을 받으며 일반 대학에 진학하였다. 대학에서도 성공에 대한 일념으로 열심히 하여 교수가 되었으며 유복하게 자란 부인과 결혼하게 되었다. 부인의 집에서 집을 마련해 주고 주방기구는 최소한으로 장만하여 남부럽지 않은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A는 안주하지 못하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술을 마시면 부인과 시비가 붙곤 하였다. ‘자신은 암흑 같은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부인은 부유하게 생활하였다’며 공평하지 않다며 시비를 걸었다.

A의 부인은 창피하여 친정에서 알까봐 쉬쉬 하며 버텼다. 아이를 낳아 키울 때도 ‘나는 어릴 때 저런 것 먹어보지 못했다’며 시비를 걸었고 운동화를 사 주어도 ‘자신은 그런 것 신어보지 못했다’며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다. 부인이 어디 가면 A의 허락이 떨어져야 하고 답답하여 교회라도 다녀오면 목사님과의 관계를 의심하였다. 그래도 부인은 남편의 모습이 안타까워 눈물짓곤 하였다.

A의 부인은 A가 술 문제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A의 문제는 술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성장 과정 중 발달과정에 문제가 있어 남을 신뢰하지 못하고, 강박적이며 남을 의심하고 밀착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성격 등 성격 문제가 두드러짐을 설명했다.

이를 객관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임상심리검사를 권유하였다. 검사비가 비싸다고 망설이다가 입원이 거듭되자 검사에 응하였다.

검사 결과 A는 남의 말을 들으려하지 않고 자기중심적이고 제멋대로 하고 남을 배려하지 않고 도덕의식과 양심이 없는 등 반사회적 성격장애 경향이 두드러졌다.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의 발로로 공부에서 성공하였으나 이는 복수심의 승리였다.

A는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굴절되었고 초자아가 발달하지 못하여 원초적 자아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반사회적 성격장애는 성격 형성기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형성되는 초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에 부모님이나 부모님의 대리자의 말과 행동을 통하여 아이가 부모의 사회적 가치나 생각, 이상을 동일시하면서 발달된다. 특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시기(3-5세)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초자아가 발달하지만 성장하면서 위인이나 지도자의 위대한 삶을 동일시하면서 초자아는 계속 발달한다. 이 때 도덕의식이나 양심을 갖춘 동일시할 부모가 없는 경우나 동일시 할 부모님이 반사회적성격장애일 경우, 아이는 초자아가 발달되지 않아 양심이나 도덕의식이 결여된 상태로 성장하게 된다.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청마의 해는 역동성, 변화, 힘, 씩씩함, 명쾌함 등을 내포한다. A에게도 청마처럼 유쾌하게 지난 일은 툭툭 털어버리고 자신을 진정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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