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 일 재안산호남향우회장

▲ “향우회라는 봉산단체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안산시민이라는 동질감으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 밝히는 김영일 재안산호남향우회장은 안산에 대한 사랑도 남달랐다. “안산이라는 지명이 사용된 지 1천년이 넘으며 고려시대에는 왕을 세 명이나 배출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우리 집안 자랑은 우리가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 회장의 모습이다. / 하강지 기자 kanz84@banwol.net

김 영 일 재안산호남향우회장

“향우이기에 앞서 안산시민으로서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우리 안산시의 역사는 비록 30년이 채 안 되지만, 이곳이 안산이라는 지명으로 불리는 것은 1002년째다.”며 “고려시대에는 안산 출신의 왕만 3명이 됐다. 역사적으로 이런 곳이 없다.”는 자랑으로 시작됐다. 그러더니 “우리 집안 자랑은 우리가 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내부 분열을 극복하고 ‘재통합’의 성과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향우회의 수장을 만나는 자리에서 처음 듣는 말이 ‘고향이나 향우가 아닌 지금 살고 있는 지역 안산’에 대한 자랑이니 자못 당황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반가움이 더욱 크다. 남북으로 갈라진 것만 해도 슬픈 일인데 동서로까지 갈라진 우리 민족의 운명을 생각할 땐, “소지역주의는 타파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말이 충분히 공감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출범한 18대 재안산호남향우회의 회장으로 6월이 되어서야 취임할 수 있었던 김영일 회장. 비록 6개월여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2년에 한 번 열리는 가장 큰 행사인 ‘한마음체육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며 조직의 중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그가 강조하는 것은 “우리는 향우이기에 앞서 안산시민으로서 더불어 사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 ‘정주의식이 부족한 안산’이라는 지적에 대한 정확한 대안이자 원칙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나간 일도 중요하고 다가올 미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지금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이라 말하는 김영일 회장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안산과 고향, 그리고 정치와 향우회 등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지면으로 정리한다.

 

 

▲ 많이 바쁜 시기인데.

봉사단체의 리더로 지난 4월부터 향우회를 맡으며 시간적·물리적으로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규모가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다 보니 내가 자리를 비우면 비운 만큼 표가 난다. 그러다보니 사업체를 돌보는데 소홀할 수도 없다.

지난 가을에 치른 한마음체육대회 이후 낮에는 사업체를 돌보고 저녁에는 모임을 갖는 등 분주하게 살고 있다. 특히, 지난 6일부터는 48개 시·군민지회의 송년회를 다니는 일도 만만치 않다. 새롭게 회장 이·취임식을 하는 곳도 많다. 오늘(17일)도 저녁에 네 군데 행사가 있다.

▲ 취임 당시 내홍을 겪었던 것으로 안다.

지난 4월1일부터 18대 향우회가 출범했지만 취임식은 6월에서야 할 수 있었다. 17대였던 지난 2년 동안 향우회가 양분돼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한 동안은 회장이 두 명이었던 적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18대를 출범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원인을 분석해보니, 향우회 발전을 위한 뜻은 같았으나 방법적인 측면에서 다른 점이 있었다. 하지만, 갈등이 깊어지면 헤어날 수 없는 골이 되고, 이를 잘 봉합하면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6월 취임식을 하며 내가 갖고 있는 모든 리더십을 동원해 향우회를 하나로 묶는데 전념하겠다고 했다. 특히, 가을에 있을 체육대회 이전까지 반대쪽에 섰던 향우들을 모두 끌어안겠다고 했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삼고초려(三顧草廬)의 노력도 마다하지 않았다. 산고(産苦)가 컸다.

결국, 약속한 날이 돼서야 거짓말처럼 풀리지 않는 문제가 해결됐고, 어느 해보다 성공적인 체육대회를 치룰 수 있었다. 더구나 규모가 아닌 내용적인 측면에서 성공적이었다는 것이 더욱 고무적이고, 역시 우리 향우들은 긍정적이라는 생각을 다시 갖게 됐다.

 

 

▲ 분열을 통합으로 이끌고자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나.

의사가 질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듯이, 향우회 내부의 갈등 이유를 파악해야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개인의 리더십에 대한 자만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 없으며, 최소 50%는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그 결과 반대 세력들을 토닥거리기 위해 많은 시간 공을 들였다. 특히, 술을 함께 할 수 있는 저녁시간이 좋았다.(웃음)

다시, 체육대회 얘기를 하자면, 예전에 분담금이 20% 정도에 그쳤던 것을 이번에는 100% 달성에 성공했다. 이를 위해 각 시·군민지회의 회장들에게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권리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행사에 대한 참여율도 높았고, 자연스럽게 관계도 더 좋아졌다.

 

 

▲ 취임 후 즉시 임원단의 규모를 축소했다.

일반적으로 향우회 임원들을 자기 사람들로 채워 조직을 방대하게 키우는 방편도 있지만 그보다는 활동 중심의 임원단을 구성하고자 했다. 우리 호남향우회의 의결기구는 이사총회로 구성되며, 회칙에 의해 당연직의 2배수를 추대하도록 하고 있다. 즉, 당연직 이사가 250명일 경우 추대 이사가 500명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외연보다는 내실을 기하고자 했다. 그래서 핵심적인 정예 임원만 선별했다.

예를 들어, 200명 중 50명이 참석했을 때와 100명 중 50명, 70명 중 50명이 함께 했을 때는 각각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가장 좋은 것은 70명 중 50명이 참석한 경우로서, 이때의 마음가짐은 달라지며 더욱 의욕적이게 된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다.

 

 

▲ 안산에서 호남향우회는 어떤 곳인가.

재안산호남향우회의 역사는 올해로 35년째다. 첫해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계신 선배님들도 계시다. 향우회 초창기, 경제사회적 여건이 어려웠던 시절에도 애향심 하나로 굳건하게 뭉쳤다. 당시에는 분명한 구심점을 중심으로 정치적 응집력이 대단했으나 이후 민주화와 물질적 발전을 경험하며 다소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경제적으로 윤택해진 것이 사실이듯 그만큼 개인 이기주의도 덩달아 커진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향우이기에 앞서 안산시민으로서 더불어 사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함께 하는 임원들이 모두 공감하고 있으며, 다른 향우회 행사에 꼬박꼬박 참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품앗이’와 같은 좋은 운동이다. 우리 향우회 중 한 시·군민회에서 송년회를 하며 호남이 아닌 영남 향우가 운영하는 식당을 선택한 것도 한 예다.

현재 33만 향우들을 위해 48개 시·군민회가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 임기 동안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2015년 3월까지가 임기다. 취임식을 하며 1차년도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이색적인 부분을 소개한다면, 내년 음력 1월 10일경(설날과 대보름 사이) 척사대회와 함께 전통 세배를 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넓은 공간을 빌려 웃어른은 물론 동기 사이에도 서로 세배하는 옛 모습을 재현해 보려고 한다. 이후 이 행사가 발전하면 전통 복장까지 갖춰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 3월 중에 열릴 정기총회를 통해 차기 년도 사업계획도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는 많은 구상을 하고 있는 정도다.

 

 

▲ ‘상경하애(上敬下愛)’를 중요시 하는 것 같다.

고문이나 원로 선배들께서 향우회에 너무 깊이 관여하는 것은 좋지 않을 수 있지만, 그 분들이 향우회를 바로 세우기 위해 기여했던 부분들은 인정해야 한다. 어차피 향우회라는 것 자체가 고향 선후배들의 모임이다. 또, 물질적으로 시간적으로 봉사하는 곳이다. 선배들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존경받을 수 있다. 선임자 없는 후임자는 없는 법이다.

자신의 역할을 다 한 선배들을 정신적으로 예우하는 것은 천륜에 버금가는 일이다. 반대로, 선배를 욕하는 것은 스스로를 욕하는 것이기도 하다. 항상, 가슴이 아닌 입에서 나온 말들이 문제다.

 

 

▲ 삶의 철학이 있다면.

지나간 일도 중요하고 다가올 미래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지금 이 순간 하고 있는 일이다.

사람도, 오늘 만난,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살고 있다.

 

 

▲ 안산은 유독 호남출신 정치인이 많다.

예전에는 호남하면 모두 똑같은 색의 ‘정치 옷’을 입었다. 반대는 극히 미약했고 제대로 발언조차 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조금씩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그런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않으며, 여전히 향우들이 자신의 색깔과 똑같은 색의 옷을 입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갈등이 생긴다.

또, 정치적으로 열성적인 향우들이 선거가 끝난 후 보은을 얘기하며 주변에 머무르는 것도 큰 문제다. 당선자 옆에서 자기 공을 내세우며 혼란을 주고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그런 향우들에게 “열심히 참여는 하되 선거가 끝난 후에는 제자리로 돌아갈 것”을 강조한다.

 

 

▲ 내년 안산시장 후보군 중에도 호남출신 인사들이 많다.

내가 취임 초기부터 가장 강조했던 부분이 그것이다. 향우회는 선거조직이 아니다.

‘저 친구로는 내년 선거는 어려워’라는 식의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이는 정당에서 당대표나 선거대책위원장을 선출할 때 쓰는 말이지 향우회에 적용될 말은 아니다.

향우회는 건강하게 존재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한다. 나선다고 표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회칙으로 정당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중립을 지킬 것을 명시하고 있다. 나는 임원들에게 “어떠한 직위를 가지고 선거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꼭 선거를 해야할 경우 임원직을 내놓고 하라고 말한다.

 

 

▲ 안산과의 인연은.

전남 해남 출신으로 안산으로 온 지는 31년째다. 당시, 호남정유 영업소장으로 처음 안산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임대 자영업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살고 있다. 그때는 안산이 아닌 구 반월이었다.

 

 

▲ 향우들에게 한 말씀.

우리 호남향우회를 지역사회에서 높이 평가해 주시는 것은 모두 우리 향우들이 성실히 살아가며 열정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올 한해 선·후배들의 덕으로 향우회의 중흥기를 만들 수 있었다.

새해에는 보다 더 준비해서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다. 또, 6도임 연합회장으로서 지역사회의 소지역주의 타파를 위해서도 노력하겠다.

같은 안산시민으로서 충실히 살아가는 풍토를 조성해 나가도록 하겠다.

/ 강희택 기자 kkang@banwo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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