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교 영 광덕고등학교 교장

▲ “학생도 시민이고, 모든 시민은 똑같은 사람으로서 모두 똑같은 대접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유독 학생들에 대해서만 다른 잣대로 그것도 특히 성적이라는 아주 좋지 못한 기준으로만 평가하는 것이 현재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교육은 좌우를 비교하는 것이 아닌 전후를 비교해야 하는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 최진혁 인턴기자 cjh@banwol.net

안산의 인물 돋보기

추 교 영 광덕고등학교 교장

“학교 명예가 아닌 학생들의 미래 위한 교육이어야 한다”

안산교육지원청에서 학부모 대상으로 강의할 때 처음 인사를 나눴다. 바로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이후 2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가장 오랜 기다림 끝에 이뤄진 인터뷰라서인지 인터뷰 시간 또한 가장 길었다. 그만큼 묻고 싶고 듣고 싶었던 내용들이 많았고, 그 또한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던 것이다.

사실, 인터뷰라기보다는 유명 강사의 열강을 들은 듯했다. 게다가 책에서나 읽던 관념적 내용이 아닌, 현장에서 익히고 체화된 생생한 경험 중심의 강의였기에, 잠시도 한 눈을 팔 수 없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실제 직접 펜을 들고 화이트보드에 개념을 적어 내려가며 자신이 갖고 있는 교육철학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했으며,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우리도 알게 되기를 진정으로 원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미래인 학생들을 위한 것이기에.

‘모든 교육적 사고의 중심에는 학생을 둔다.’는 진짜 교육자 추교영. 그는 안산 관내 첫 혁신학교인 광덕고등학교의 교장이다.

그동안의 인터뷰 거절에 대해 추교영 교장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에 대한 중압감이 크다.”고 밝혔다. 그 중압감은 여전하기에 이번의 인터뷰도 고사하겠단다. 청천벽력!

‘혁신학교의 확대를 위해서는 롤 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설득과 ‘오늘 인터뷰를 못하면 지면이 펑크나 내가 힘들어진다.’는 압박카드를 내밀며 어렵게 인터뷰를 성사시켰다.

교장실 화이트보드에 적혀 있는 상생(相生),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세부적으로, 억압 받지 않는 세상(자유), 차별 받지 않는 세상(평등), 소외 받지 않는 세상(박애), 싸움하지 않는 세상(평화), 혼란 없는 세상(법치)이라는 설명이 나열돼 있었다.

읽으며 ‘참, 추 교장다운 글귀고 광덕고다운 슬로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다와 싫다’라는 감정적 표현과 참과 거짓을 구분하기 위한 ‘좋다와 나쁘다’를 교육에 접목시키며 나름의 확고한 철학을 정립하고, 이를 학교 현장에서 실천하기 위해 꿋꿋하게 한 길을 걷고 있는 추교영 교장. 스스로 ‘교육계의 이단아’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남다른 교육철학이 있을 것 같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학생도 시민이라는 관점이다. 교복을 입고 있는 시민이며 똑같은 사람이다. 그런데 같은 잣대로 보질 않는다. 차별적으로 본다. 좋냐 나쁘냐는 기준으로만 본다. 특히 성적으로 차별한다. 이것은 문제다. 같은 것은 같게 취급해야 한다. 권리는 똑같다. 또한 다름도 인정해야 한다. 다른데 똑같이 쓰라고 하는 것이 문제다. 지독한 차별과 가공된 진실이 존재하는 교육현장에서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다.

교육은 생존과 공존을 가르치는 것이다. 생존은 교과과정으로서, 혼자 힘으로 살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을 갖추는 것이고 공존은 생활교육이나 학교문화를 말한다.

또한, 교육은 성과를 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생산성을 강조하는 것은 경제논리일 뿐, 교육과는 맞지 않는다.

교육은 현재보다 미래를 중시에 둬야 한다. 아이들의 변화와 발전을 이루기 위한 교육이어야 한다. 즉, 학생들에게는 좌우비교가 아닌 전후비교가 필요하다. 누구보다 잘했다가 아니라 전보다 나아졌다는 비교여야 한다.

즉, 교육은 학생들의 미래에 도움이 될까 안 될까를 중심에 둬야 한다. 현재에 머무르는 것은 학교의 이미자와 명분만을 찾기 위한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교칙들은 학교의 명예를 위해 존재하고 있다.

교육은 만족도 조사가 아니다. 가치조사여야 한다.

 

 

▲ 학생의 미래와 학교의 이미지가 상반되는 것인가.

예를 들어, 각 학교에 걸려 있는 현수막을 보자. ‘어느 어느 대학 합격’, ‘무슨 무슨 시험 합격’ 등등 이것이 진정 아이들을 위한 것일까. 아니다. 학교의 입장에서 드러내는 이기심일 뿐이다.

기숙사도 마찬가지다. 학생 전원을 수용하는 기숙사는 없다. 기준은 돌봄이 더욱 필요한 학생이어야 하지만, 현실은 성적우수자 중심으로 운영된다. 학교 이미지를 위한 것 일뿐 진정 학생들을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머리를 길게 기른 학생이 있다면, 그게 그 아이의 미래에 문제가 될까. 그것이 아니라 당장 학교의 명예를 실추한다는 관점에서 막는 것이다. 치마를 짧게 입는 것도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다만, 짧은 치마를 입었을 때 조심해야 할 것을 가르치면 된다.

광덕고는 학생들이 반지를 껴도 된다고 허락했다. 반지를 끼고 학교에 가면 날라리라는 것은 잘못된 인식일 뿐, 남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다. 다만, 통념 상 아직 귀를 뚫거나 립스틱을 짙게 바르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반면, 비비크림 정도는 바를 수 있다고 받아들여지면 그렇게 시행한다.

 

 

▲ 슬리퍼를 신던 학생들이 거의 없어졌다고 들었다.

그것은 보호권의 문제다. 집에서는 부모들이 보호하듯, 집에서 학교로 출발하는 순간부터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는 그 보호권이 학교에 이양되는 것이다. 생존능력이라는 측면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슬리퍼보다 운동화가 훨씬 뛰어남을 계속해서 설득한다. 그 결과 몇몇 깜빡하는 학생들 외에는 대부분 운동화를 신는다. 더욱 반가운 것은 학생들이 더 이상 “왜요?”하며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젠 오히려 슬리퍼 신을 것을 지적당할 때 아이들이 미안해한다.

 

 

▲ 교내 흡연도 거의 없다던데.

학생들 앞에서 담배 피우지 않는 사람들은 일어나 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담배 냄새나는 화장실에서 볼 일 보는 것이 싫지 않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너희는 쾌적한 공간에서 볼 일 볼 권리가 있고 교장인 나는 그것을 지켜줄 의무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내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너희들은 나를 고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시키면서 본인의 권리를 찾도록 하기 위해서다.

 

 

▲ 혁신학교인 광덕고에서 사라진 것들이 있다고 들었다.

먼저, 학생부를 없앴다. 이는 소수의 교사가 다수의 학생들을 지배하는 지도방식으로,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곧 강압이고 독재다.

사고를 친 아이들에게도 모두 사연은 있다. 이를 학생부로 넘겨 버리면 말 그대로 떠넘기는 것이다. 내 선에서 처리하면 그 아이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수 있지만, 학생부로 넘겨 버리면 그 순간 규칙에 따라 처벌할 수밖에 없다.

수련회와 수학여행도 폐지했다. 이는 학생 개개인의 타고난 특성이 다르다 관점에서 선택한 정책이다. 산을 좋아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바다를 좋아하는 학생도 있다. 그런데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장소를 정해 한꺼번에 가라고 한다. 획일적이다. 개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또, 수학여행은 오히려 타락과 쾌락을 배우는 공간이다. 행사이지 교육이 아니다. 직접 표 한번 끊어보지 않고 오직 술만 마신다. 생존을 위한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수련회 폐지 후 대안으로 마련한 것은.

우리에게는 ‘따라 체험’이라는 것이 있다. 1학년은 ‘길 따라 사람 속으로’, 2학년은 ‘꿈 따라 세상 속으로’, 3학년은 ‘끼 따라 직업 속으로’이다.

‘길 따라 사람 속으로’는 움직이면서 소통하라는 것이고 ‘꿈 따라 세상 속으로’는 교과 과정으로서 예를 들자면, 관동별곡을 배울 때 관동이 어디인지 알고 그곳을 직접 가보자는 것이다. 첫 계획부터 이후 평가까지 모두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준비한다. 동행할 교사도 학생들이 직접 선택한다. 또, 절대 전세버스를 대절할 수도 없고 오직 대중교통만을 이용해 가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미래를 제대로 대비하고, 상황에 빨리 대처할 수 있도록 하며, 새로운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수업 중에 가는 것이 아닌 방학 중에 이뤄진다. 우리 학교는 방학이 기존의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말고도 5월의 늦봄방학과 10월의 가을방학도 있다. 이때를 중심으로 ‘따라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 혁신학교에 대해 정리한다면.

혁신학교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께서 제시한 새로운 학교의 개념이지만, 정작 교사나 학부모들은 이에 대해 감지하지 못했었다. 그렇게 시작한 혁신학교, 문제제기는 옳았지만 막연했다. 기존교육의 문제점을 읽어 내고 정책적으로 풀어가고자 하는 시도는 옳았지만, 구체성에서 좀 부족한 면이 있었다는 느낌이다.

즉, 분명 무엇인가 문제는 있고 그래서 바꾸긴 해야겠는데, 정작 뭘 바꿔야 할지는 모르는…. 기존 교육에 대한 반발로 생긴 것이지만 명확한 좌표를 설정하진 못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접목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거기에는 감동이 없다. 인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만 생각하면 공부는 안 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만 생길 수 있다. 기존 교육은 검증된 방법을 투입해 산출되는 결과를 기대하는 방식의 획일적인 모습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그린마일리지나 상벌제 등이다.

현장에서 체득한 혁신학교의 개념을 정리한다면, 첫째,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야 한다. 일단 세상에 태어난 아이가 혹여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절대 쓸모없는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차별을 없애야 한다. 학교의 집단이기주의, 명분만을 중요시하는 특히 성적이라는 기준으로 벌어지는 차별은 사라져야 한다. 또, 성, 인종, 성적에 의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부여받은 권리는 지켜져야 한다. 셋째, 획일성에서 탈피해 다양성을 추구한다.

이는 그동안의 교육이 그러하지 못했다는 반성 속에서 ‘이젠 뒤집어서 가보자’는 선언이다.

예산을 더 받기 위한 혁신학교 지정은 잘못된 것이다. 혁신학교라고 해서 예산도 더 주지 말고 학생 수도 더 줄일 필요가 없다. 이런 것은 모두 내 탓이 아닌 남 탓을 돌리려는 자세다. 이렇게 여러 조건들을 갖춰주면 그땐 또 다른 조건을 요구하게 된다. 학교에 완성된 아이들만 있으면 교사의 입지는 준다. 교사라는 자체의 필요성이 없어지는 것이다.

혁신학교에서 돈은 부수적이다. 인건비도 마찬가지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 여러 시도를 했지만 여전히 차이는 존재하지 않나.

당연히 갈라진다. 하지만 어떠한 기득권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얻는 거도 없다는 생각,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본인이 직접 움직일 것을 강조한다. 이에 대한 예로 우리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5단계 어학연수’를 들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매회 20명 씩 1년에 총 4번, 총 80명을 필리핀으로 보내는 것으로 신입생만을 대상으로 한다. 선정 방식 또한 기존 성적이 아닌 용기 있는 학생, 성실한 학생이 뽑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어학연수를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닌 ‘내가 한 번 도전해 봐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갖도록 한다.

학생들을 좌절시키지 말자. 목표가 매력적이면, 목표에 다가갈 수 있도록 단계를 만들어줘야 한다. 가능하도록, 가시적으로 보이도록. 그것이 5단계 어학연수다. / 강희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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