首長인터뷰 오경석 소장

首長인터뷰 오경석 소장

“다문화 도시 안산은 세계 최고의 인권도시가 될 것입니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25일 월요일 오전 10시 대한민국 최초의 외국인 인권 단체인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의 오경석 소장을 만나기 위해 단원구 초지동 안산시글로벌다문화센터를 찾았다.

4층에 위치한 사무실에 들어서자 20·30대의 젊은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었다. 모든 직원은 굉장히 편안해 보이는 캐주얼 복장에 운동화를 신고 있어 ‘역시 인권을 다루는 사람들이라 자유분방해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무실 벽면에 있는 각양각색의 손도장으로 이뤄진 ‘인권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인권나무’에는 ‘더불어 평화·누나 평등·맛있는 다양성·아름다운 관용·즐거운 연대’라는 나무의 큰 줄기에 세 방향으로 뻗어진 가지에는 손도장으로 나뭇잎을 형상화하고 있는데 손도장 나뭇잎에는 시민들의 메시지와 사인이 적혀 있어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오경석 소장을 기다리기 위해 직원분의 안내를 받아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은 생각보다 아담한 규모였지만 그곳에서 내려다보이는 화랑유원지와 화정천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눈이 시원한 한 느낌을 받았다.

사진 구도를 잡기 위해 여기저기 회의실을 휘젓고 있을 때 운동화, 청바지 차림에 퍼머 머리를 한 젊은 사내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경석 소장이다.

그동안 여러 단체의 수장들을 인터뷰해 오면서 이처럼 자유분방해 보이는 외모를 지닌 인물은 오 소장이 처음이었다.

내심 반가웠다. 뭐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왠지 대화가 잘 통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오경석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소장과의 대화를 일문일답의 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 아직 모르시는 분들에게 본인 소개 부탁.

“인권과 관련한 일을 해오고 있는 인권활동가로 기억해 주면 좋겠다. 현재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이하 센터) 소장을 맡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주민인권전문위원과 인권교육전문위원직을 겸하고 있기도 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11년에 이주민(외국인)인권가이드라인 구축을 위한 여러 가지 인권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이는 모든 분야의 이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위한 정책 개발에 필요한 삶 전반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이주민인권정책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센터가 개소하기 전인 2012년에는 어업에 종사하는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노동자인권실태조사를 국내 최초로 진행하기도 했으며 안산에서도 외국인주민인권증진기본계획을 입안했고 외국인인권증진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 안산에 센터가 개소하게 된 이유는.

“아시다시피 우리 센터는 경기도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경기도는 전국의 외국인 141만 명 중 30% 가량인 42만 5천여 명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경기도 외국인 인구 규모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도내 27개 시 가운데 외국인 주민 1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시는 현재 14개에 달하고 있다. 그 중 안산시는 등록 외국인 수만 약 6만 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그 만큼 외국인 지원 인프라도 잘 구축돼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센터를 위탁받은 재단이 안산에 소재한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된 것 같다.(웃음) 결과적으로 안산에 위치한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다.”

 

 

▲ 센터에서 하는 가장 큰 업무는.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에서 외국인 인권실태조사와 이주민당사자모니터링, 관계 시·군과 단체들과의 네트워킹 등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지만, 이러한 업무들을 진행해 나가는 가장 큰 목적은 외국인인권정책을 개발하고 제안하는 것이다. 따라서 2년 1회씩 ‘경기도외국인인권기본계획안’을 경기도에 제출하게 되어 있다. 이를 위해 사회과학과 경제, 인권, 노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삼고초려 해 현재 함께 일하고 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다면.

“관내 한 성당의 인도네시아인 신부님을 통해 필리핀에서 온 건설근로자가 6개월이나 임금 체불을 당하다 결국 필리핀으로 돌아간 억울한 사례를 알려왔다. 우리 센터가 나서야 하는 업무는 아니었지만, 현재 함께하고 있는 노무전문가 박선희씨가 나서면서 해결됐다. 과거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와 연세노무법인에서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노동·인권상담·교육 등을 해온 선희씨가 노동부를 수시로 드나들면서 청구절차를 대행해 주었고, 결국 체불임금 1,300만원을 받아 필리핀으로 돌아간 이주노동자에게 전달했다. 이 사례를 통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됐다.”

▲ ‘외국인 인권’을 다루면서 아쉬웠던 점은.

“인권은 법제도 이상의 사람들의 인식의 문제인데 한국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인권에 대한 낮은 인식은 정말 아쉽다. 특히, ‘아직 한국인들도 인권 보장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 무슨 외국인 인권까지 생각하느냐’는 말을 들을 때는 심적으로 매우 지치게 된다. 인권에는 외국인·국내인 차별이 없다. 선진국의 높은 인권 사례를 보며 부러워하면서도 정작 국내 현실에서는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것이 안타깝다. 인권이란 조금 더 인간답게 살기위해 만들어 가야할 작은 일상의 주제다. 우리는 이 인권 문제를 ‘매력적인 주제’라 생각하고 ‘비록 최선은 아니더라도 최악은 피해야 한다.’는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다행히 경기도가 전국최초로 외국인인권지원센터를 설립한 것은 참 다행이다.”

 

 

▲ 안산시민들에게 한 말씀.

“안녕하십니까?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소장 오경석입니다. 저희 센터는 경기도 외국인 인권 지원에 관한 조례 제8조에 의거해 지난 2012년 12월 1일 설립된 전국 최초의 외국인 인권 시책 개발 전담 기관입니다. 저희 센터는 외국인 주민의 지역 사회 통합을 위한 관련 제도와 시민 사회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경기도와 안산이 외국인 인권 정책 선도 지자체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한국의 다문화 정책이 진일보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안산은 전국 최고의 이주민·다문화 인권도시입니다. 우리 시민 분들이 자부심을 느끼시기에 충분합니다. 인권도시의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21세기는 문화와 가치가 핵심이 되는 시대입니다. 안산시가 다문화와 외국인 인권 가치를 통해 세계 최고의 인권도시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격려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용호 기자 yong@banwo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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