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정 천 / 고려대 안산병원 종합건강진단센터장

가깝지만 먼, 의사와 건강검진

건강진단은 건강할 때, 혹은 증상이 발생하기 이전에 미리 검사하여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데에 의미가 있다. 각종질병이나 위험인자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진단을 통해 조기치료와 예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공단에서도 가입자인 전 국민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검진은 특히 잦은 과음, 과다한 흡연, 쉽게 피로를 느낄 때, 이유 없는 체중감소, 뒷목이 뻐근할 때, 모든 일에 의욕이 없을 때 그리고 유방암, 자궁암, 골다공증, 위암, 대장암, 간암, 폐암 등과 같은 위험한 질병에 노출되기 쉬운 연령의 사람에게 권장된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신부는 태어날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나 행복한 가정생활을 누리기 위해서라도 종합진단은 필수적이며, 평소에 이상을 느끼지 않았더라도 1~2년에 한 번씩은 건강검진을 통해 건강을 확인해보는 것이 권장된다.

건강검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되어도 과하지가 않다. 건강검진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인 질병의 조기치료와 예방을 통해 개인적 차원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 건강보험재정을 유지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국민들은 건강보험공단의 검진을 통해 기초적인 검진을 제공받고 있고 이와 더불어, 해마다 조금씩 건강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커지고 있어 현재 약 70%의 수검율을 보이고 있다.

그럼 환자들의 건강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사들의 건강관리성적은 어떨까. 국민들의 절반은 매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다. 이에 반해 매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다는 의사는 31.5%에 불과하다. 국민평균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의사들의 절반가량(44%)은 생각날 때 가끔 검진을 받는 정도에 그친다. 최근 몇 년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응답과 지금까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는 응답이 응답자 전체의 1/4인 약 25%에 달해 의사들이 건강검진에 얼마나 소홀한지 잘 알 수 있다.

이 정도면 건강관리성적은 낙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의사들이 자신의 건강관리에 소홀한 이유는 결코 건강에 무관심해서가 아니다. 의사들에게는 ‘시간’이 건강관리의 주적이다. 외래, 회진, 수술, 컨퍼런스, 학회, 논문...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환자의 병을 고치고 건강을 강조하는 의사가 정작 자신의 건강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니 아이러니하지만 현실이다.

하루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우는 호흡기내과 전문의, 갑상선에 이상이 있는 내분비내과 전문의, 폭음을 즐기는 소화기내과 전문의 등 의외로 자기전문분야의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반하는 생활습관을 가진 분들도 많다. 종합건강진단센터의 센터장인 나부터도 건강검진을 매년 받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변 의사들을 보면 다들 정말 바쁘다. 의사 개인의 건강검진을 위해서 하루 수십 명의 외래 예약환자의 진료를 다른 날로 옮기기도 현실적으로 어렵고, 막상 계획을 세웠더라도 응급환자 발생 등의 불가피한 상황으로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예 건강검진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경우는 아마도 ‘내 몸은 내가 안다’ 혹은 ‘내가 이 분야의 전문인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일 것이다. 그러나 전조증상이 없고, 생활습관과 가족력과도 크게 관련이 없는 질병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좋겠다. 특히 젊은 의사들에게 건강관리에 힘쓰기를 권하고 싶다. 게다가 바쁜 중에 틈을 내서 검진을 받는 것은 나와 내 가족을 지키는 것 뿐 아니라, 환자진료 시 환자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환자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주소: 단원구 고잔1동 516

전화: 1577-7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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