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상 순 / 안산우리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환자 A씨는 가족들에 의해 영문도 모르고 진료실로 안내되었다. A씨는 이국 멀리 이민 가 살면서 외국인이란 이유로 차별 대우를 받으며 조금 씩 망상이 형성되었다.

피해의식에 싸여 두문불출하고 집을 외부로부터 겹겹이 담을 쌓아 격리 시키고 빛마저 차단시켰다. 가족들은 A씨의 상태가 예사롭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커텐이 드리워진 어두컴컴한 곳에 살면서 A씨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고 A씨의 의견을 존중하고 지지해 주었다.

A씨의 남편은 곳곳의 정신과 의사와 면담하며 A씨의 치료 계획을 세웠다.

병원에 가자고 하면 펄쩍 뛰고 가지 않을 것 같아 자신이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A씨와 함께 내원하였다. 함께 면담을 하며 A씨는 영리하여 치료 받을 사람은 남편이 아니라 자신임을 금방 알아차렸다.

A씨는 자신도 집을 외부로부터 차단하며 자신의 생각에 대해 가끔 씩은 이상한 생각을 하였다며 솔직하게 자신의 문제를 지적해 달라고 하였다.

A씨가 경험한 환청이나 망상이 실제 사항이 아니라 가상의 세계이며 병 때문에 경험하게 된 특수한 경우임을 설명하였다. A씨는 깊이 생각에 잠기다가 원장님을 믿고 치료를 해 보겠다고 제안하였다. 단, 입원은 하지 않고 통원 치료로 하다가 안 되면 입원하겠다고 하였다.

A씨는 진지하게 면담에 임하며 자신의 문제를 잘 꺼낼 줄 알았다. 첫 기억부터 성장하며 받은 상처를 솔직하게 꺼내어 명확하게 인지하였다. A씨는 어린 시절 꼬마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처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이 상처 받은 마음 속 아이가 외국이라는 낯 선 곳에서 긴장하고 소외되며 살다가 마침내 남을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병에 이르렀던 것이다.

면담이 진행될수록 상처를 말하며 눈물지었으나 A씨는 상처의 의미를 잘 통찰하였고 나날이 A씨의 표정은 밝아 왔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부정적으로 살아왔는지 통찰하였고 점점 긍정의 세계로 진입하는 느낌을 소상하게 설명하며 정신과 치료가 자신의 삶의 터닝 포인터가 되었다며 감사해 하였다.

치료자를 믿고 자신의 아픈 기억을 진솔하게 말로 표현하며 함께 검토하며 그 의미를 새기며 마음 속 상처가 점점 치유되어 갔고 A씨의 마음 속 아이는 무럭무럭 성장해 갔던 것이다.

A씨는 영리한데다가 치료자를 믿고 자신의 문제를 부정(deny)하지 않고 진솔하게 받아들인 결과 치료기간을 무척 앞당겼다.

같은 치료인데도 환자나 보호자들이 치료자를 의심하는 경우도 많다.

정신과 약은 오래 먹으면 바보가 되기 때문에 먹지 말아야 한다는 등 편견이 많고 전문가의 말 보다는 귀가 얇아 주변의 떠도는 말을 더 잘 믿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문가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시대에 사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이런 시대에 A씨가 치료자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모습은 무척 신선하였다. 성경에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는 말씀이 떠올랐다.

가을 풀벌레 소리가 찌르르~~밤의 적막을 깨운다.

이 가을, 풀벌레 소리와 서걱이는 바람 소리 들으며 내가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있는가,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는 사람인지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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