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정 숙 / 안산시의회 의원

지역경제 민주화

얼마 전 안산시의회 홈페이지에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아울렛 거짓과 횡포를 고발하는 글’로 ‘갑’의 횡포에 쓰러지는 ‘을’의 눈물이라는 내용이다. 절박한 심정을 눈물로 호소하는 각각 다른 3편의 글이었다. 필자는 204회 임시회 중에 정부의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안산시 대규모점포 등의 등록 및 영업제한 등에 관한 조례’에 대한 개정 내용을 심의한 바가 있는데 그와 관련한 부분 있는지, 답답해하는 시민들의 억울함이 어떤 것인지 알아봤다. 이번 조례 개정에는 유통업 상생 발전을 위한 지역상권의 활성화, 소상공인보호,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등을 도모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신도시에 자리 잡은 ‘아울렛’은 원래 2007년 ‘스타맥스 타워’로 1천8백 개 이상의 점포 소유주가 분양 받으며 스타맥스백화점으로 세워졌고, CJ건설이 건물 활성화를 위해 전문업체가 필요하다며 ‘레인보우 원’을 소개했다. 그해 6월 CJ건설의 대행업체 레인보우와 (주)스타맥스타워분양협의회(개인등기된 점포), 미강&씨네마라인(미등록 점포)은 총회를 개최, 이랜드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아울렛 건물 중 1층에서 3층은 (주)스타협의회 등과 임대차 계약 관계이고 4층, 5층은 이랜드 월드가 임대해준 매장이다. 또, 이 건물은 (주)스타협의회와 CJ건설 사이에 ‘아울렛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CJ건설이 보증금과 임대수익금에 대한 지분율을 약속한 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 중이다. 대형건물 분양을 놓고 대재벌이 개입하면서 갑에 대한 횡포가 지능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홈페이지에 글을 쓴 장본인을 직접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울렛은 현재 일요일 휴무를 하고 있으나 휴일 영업을 위해 준 백화점으로 바꾸면서 리모델링 계획을 세웠다며, 지난 8월 리모델링 일정을 알려주며 오는 10월31일까지 퇴점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입점해 있는 매장들은 계약 만료기간이 모두 다름에도 불구하고 퇴점 통보를 받았다. 리모델링에 대한 내용은 전혀 알지 못하고 계약한 것이다. 임차인들은 자세한 사항도 알지 못하고 재입점을 희망하면서 아울렛 측이 원하는 합의서와 소송위임장에 사인을 해줬다고 한다. 다들 은행에서 대출받거나 어렵게 모은 돈으로 장사 하는 서민이라며 이곳에서 쫓겨나면 다른 곳에서 장사하는 것도 막막하다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억울한 심정으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며 참 안타까웠다. 시의원으로 별로 도와 줄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했다.

법적 문제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갑의 횡포에 떨며 대응하지 못하는 서민들.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지런히 일만 하면 서로 상생할 수 있을까? 대통령이 경제적 약자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내세운 경제민주화 공약이 현실적으로 어떻게 가능할 지 의문스럽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보릿고개를 보내며 지금의 경제성장을 이룬 대한민국 국민에게 가난은 어떤 이념적 가치나 철학보다 수용하기 힘든 현실인지도 모른다. 가난이여 안녕! ‘잘 살아보자’ 국민들의 열망은 경제대통령을 탄생시켰다. 재벌 출신의 성공한 CEO 대통령은 과연 ‘잘 살아보자’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했을까?

새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당선됐다.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고 경제적 약자 권익을 보호하는 내용이 중심인 경제민주화 공약은 대기업의 불법 행위를 정말 규제하고 엄격히 대처 할까? 약자인 서민에게 법은 멀리 떨어져있고, 누가 그들의 슈퍼맨이 될 수 있을까? 경제민주화를 해결하겠다고 장담한 정치인들은 서민의 눈물을 얼마나 닦아 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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