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가정 ‘아이들세상 함박웃음’ 오창종 목사

대안가정 ‘아이들세상 함박웃음’ 오창종 목사

“서로의 아픔을 감싸주는 것이 가족입니다”

목회하지 않는 목사. 신도 앞에 서서 설교하지 않는 목사가 있다. 그의 현 직업은 ‘아빠’다. 대안가정 ‘아이들세상 함박웃음(이하 함박웃음)’의 오창종(43) 목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룹홈 ‘들꽃’ 양진희 선생님의 추천으로 단원구 와동에 위치한 함박웃음을 찾았다. 신축한 빌라 가장 높은 5층이 오 목사가 있는 곳이다. 집에 발을 들이는 순간 남자 아이 7명이 한꺼번에 뛰쳐나와 ‘안녕하세요’라고 반갑게 인사했고, 두 여자 선생님들은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영유아를 각각 한명씩 등에 업은 채 인사를 건 냈다. 곧이어 거친 피부, 짧은 머리의 오 목사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인상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함박웃음으로 악수를 청하는 그의 모습에 강함보다는 부드러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분명히 목사님이라고 추천을 받았는데, 목회는 하지 않고 있다는 오 목사의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설명을 부탁했다.

오 목사는 “오래전 와동 신덕교회(現 글로벌교회)에서 전도사로 활동하다, 아내와 함께 미국 유학길을 올랐다. 가자마자 한인으로부터 사기를 당해 빈털터리가 됐는데, 뉴욕 현지의 재미교포 목사님께서 사정이 딱했는지 큰 도움을 주셨다. 이후 목사님과 함께 미국에서 한인을 대상으로 한 커뮤니티센터에서 청소년들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 2006년 2월 귀국을 앞두고, 목사님께서 ‘교회를 개척하고 전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돌아가면 분명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오 목사가 받은 도움, 그 아이들에게 베푸는 것이 어떠냐’라고 제안하셨다. 그래서 그해 6월 지금의 대안가정 ‘함박웃음’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는 것이다.”

오 목사의 가정은 대가족이다. 아내와 자녀(남) 2명, 그리고 가정을 떠나야만 했던 남자 아이 7명이 그의 가족들이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저마다 큰 상처를 가슴에 품고 있다.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입양됐다가 시설로 보내졌는가 하면, 부모의 학대, 알콜 중독인 아버지의 폭력, 심지어 성폭력을 당한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오 목사는 이들의 따뜻한 ‘아빠’가 되고 싶다.

“우리아이들이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가족이다. 매일을 같은 곳에서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잠자리에 들며, 같은 곳을 바로 보고 있는 평범한 가정. 가정의 구성원인 가족은 서로의 아픔을 감싸줘야 한다. 우리는 주일이면 예배 대신 ‘마음나누기’를 하고 있다. 한 주간 서로의 감정을 대화로 풀어내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 소통의 시간을 통해 점진적이지만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됐고 진짜 가족이 되고 있다.”

그룹홈 보다 ‘함박웃음’은 대안가정이 더 어울릴 거라 말하는 오 목사의 눈빛에는 천륜보다 강한 가족애와 아이들을 향한 부성애가 엿보였다. 간혹 아이들이 본래 가족이나 친인척과 만나게 됐을 때 ‘물건이 없어졌다’는 전화를 종종 받는다며 “상처받은 아이들이지, 나쁜 아이들이 절대 아니다”라고 말한다. 또 외출을 했을 때 다양한 연령대의 남자 아이들만 있다 보니 주변에서 수근 거리나, 시선이 집중되는데 이럴 때 마다 ‘아이들이 상처를 입지는 않을까’ 많이 힘들다고도 한다. 오 목사는 이 같은 주위의 시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아이들을 많은 사람들이 문제아로 바라본다. 이것은 때리지는 않았지만 소리 없는 폭력이다. 우리사회가 약자를 보듬어 주고, 격려하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희망하고, 소망한다. 아픔이 있다고 편견을 받을 이유는 없지 않은가.” / 이용호 기자 yong@banwo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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