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들꽃피는세상 ‘그룹 홈’ 양진희 센터장

(사)들꽃피는세상 ‘그룹 홈’ 양진희 센터장

“‘들꽃 아이들’ 따뜻한 눈으로 봐 주세요”

 

 

(사)들꽃피는세상 ‘그룹 홈’은 1994년 시작해 가정을 잃었거나 부모의 품에서 보호받기 어려운 청소년들(이하 ‘들꽃’)의 양육과 보호를 담당하며 2013년 현재 12개소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그룹 홈은 ‘공동생활가정’이라는 소규모 아동복지시설로, 가정과 가장 유사한 주거환경에서 개별적인 특성에 맞춰 보호와 양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진국형 복지시설이다. 부모 역할을 하는 생활교사와 5~7명의 청소년이 한 가정을 이루어 일반 주택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28일 오후 ‘야긴새벽이슬가정’ 그룹 홈 양진희(42) 센터장을 만나기 위해 단원구 와동으로 향했다. 복지시설이라는 인상을 전혀 느낄 수 없는 평범한 다세대주택 4층에 위치한 그룹홈 에서 만난 양 센터장은 작은 체구에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인터뷰 내내 양 센터장의 웃음은 끊이질 않았고 덩달아 인터뷰도 밝은 분위기 속에서 이어갈 수 있었다.

양 센터장과 그룹 홈의 인연은 1998년 기독교육을 전공하던 대학시절 교수님의 친구인 김현수 목사(현 ‘들꽃’ 공동대표)를 소개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원래 졸업 후 선교활동을 계획했었지만 98년 김 목사의 권유로 원곡동 단칸방에서 ‘들꽃’ 여중생 두 명과 생활했다. 졸업 후 해외선교를 다녀오면서 그는 ‘내가 있을 곳은 이곳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내 ‘들꽃’ 아이들에게로 돌아왔다.

그렇게 1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고 수많은 아이들과 함께 했다. 양 센터장은 “사실 가정에서 버림을 받고, 여러 시설들을 거쳐 저희가정(그룹 홈)으로 오게 되는데 시설을 옮겨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또 버림을 받았다’라고 생각해 보기보다 훨씬 많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 친구가 있다며 양 센터장은 “그룹 홈에 본격적으로 뛰어든지 얼마 안됐을 때 이 친구와 기 싸움을 했는데 마음이 상했는지 집을 나갔다. 이날 저녁 ‘선생님, 들어가도 돼요?’라고 물었는데 그때 ‘사과가 먼저 아니니?’라고 했고, 그 후 이 친구를 볼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전화한 것 자체가 그 친구 입장에서 일종의 사과였을텐데... ‘과연 내가 자질이 있는 것이가’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라며 당시를 상기하며 다시금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최대한 아이들을 자유롭게, 다그칠 때도 유연하게 대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보람을 느꼈을 때도 많았을 것 같다”고 묻자 양 센터장은 다시 얼굴에 해맑은 미소를 띠며 술술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중 1때부터 고교를 졸업하고 완전히 자립할 때까지 함께 지낸 조앤(가명·별칭)이 떠오른다. 조앤은 공부를 잘 하는 편도 아니었고, 고교시절에는 흡연과 음주 등 사고도 많이 쳤다. 하지만 여느 아이들처럼 마음은 따뜻했다. 특히 아들 둘(양 센터장 자녀)도 이때 함께 그룹 홈에서 생활했었는데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 더욱 가슴이 따뜻한 친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6년 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고 조앤이 19살이던 해 자립행사에서 ‘선생님 아이들이 너무 부러웠어요. 제가 만약 선생님 아이였다면 이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어요’라고 해 정말 많은 눈물을 쏟았다. 이후 조앤은 수많은 노력과 좋은 분들의 도움으로 한신대에 입학했고,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지금은 나와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지금도 물론 자주 만나고 있으며 도리어 내가 밥을 얻어먹기까지 한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양 센터장은 ‘들꽃’ 아이들을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라고 인터뷰 내내 강조하며 “사실 거친 친구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룹 홈을 가정이라 느끼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평범한 소시민으로 성장해 나간다. 우리 ‘들꽃’ 아이들을 부디 시민들도 따뜻하게 바라봐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 이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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