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상 순 / 안산 우리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정신과에 대한 편견 버리자!

A씨는 여러 차례 병원에서 입원치료 하였으나 스스로 어느 시기가 되면 약을 먹지 않는다. 약을 먹지 않아도 잘 지내니 약을 그만 먹어도 될 것만 같은 유혹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정신과 약을 오래 먹으면 어떻게 된다는 검증되지 않은 말들을 쏟아 부어 더 약을 기피한다. 그러다가 점점 잠을 자지 못하고 기분이 들뜨고 말이 많아지다가 충동조절력이 약화되어 다시 입원을 하게 된다.

이번 입원 시에는 이런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다루어 퇴원 후의 재활에 역점을 두고 면담을 진행했다. A씨는 마음을 다지고, 다져 퇴원을 하였다. 취직자리를 물색했으나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찾을 때까지는 일용직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일 자체가 힘들기는 하나 아직은 젊어서 버틸 만하였다. 일용직을 나가 몇 명이 무리지어 오셔서 일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끼워달라고 하였다. 흔쾌히 끼어 주어 즐겁게 대화 나누며 일을 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런데 돈을 받는 과정에서 참여도 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의 이름을 써 내어 여덟 명이 한 것을 열 명이 한 것으로 돈을 타내는 것을 목격하였다. 다음 날 A씨는 놀라서 일터로 가지 못하고 병원으로 원장을 만나러 왔다. 이런 환경에서 일해야 하는지, 약은 남아 있는데도 헷갈리고 혼란스러워 질문하러 왔다는 것이다.

B씨의 경우는 아버지에게 자꾸만 “개새끼”라고 불러 병원에 왔다. 내용을 알아보니 B씨의 아버지는 돈을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고 자신보다 약하거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야비하며 자녀들도 잘 돌보지 않고 외도까지 하는 등 정직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하신 분이었다. 깔끔한 성격을 가진 B씨의 눈에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사람같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과연 누구를 환자라고 해야 하는지 헷갈리기도 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정신과에 다닌다고 하면 무척 색안경을 끼고 본다.

세계 보건기구의 발표에 의하며 2020년에는 사망 원인 중 우울증에 의한 자살이 2위를 차지하는 이 시점에서도 유독 대한민국에서는 정신과에 대한 인식은 아직 원시시대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은 다섯 명이 모이면 그 중 하나는 우울증인데도 ‘나는 절대로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정신과는 나와 무관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는 OECD국 중 자살 1위, 이혼율 1위라는 오명을 차지한다. 부부간에 갈등이 있을 때 정신과에 가서 면담을 시도하여 사이가 좋아진 부부가 많다. 모두 상대방에게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둘 사이가 팽팽한 평행선이다. 부부 면담을 하여 ‘이것은 내 문제이고 저 것은 네 문제’라며 명료화만 시켜주어도 둘의 관계는 많이 좋아진다. 상대방을 진실로 이해하게 되면 이혼까지 가지 않는다. 정신과에 다니면 질적으로 다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실제는 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병원을 찾는 경우 양이 조금 더 많을 뿐이다.

A씨와 B씨의 경우를 보더라도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이 세상에 무척 잘 적응하는 분들보다 더 순수하고 여리고 착하다. 어떤 면에서는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다.

우리도 이제는 국력도 세고 ‘다이나믹 코리아’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성장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함께 공유하며 함께 나누는 세상이 열렸다. 이제는 우리도 내 이웃에게 한 번 쯤 웃어주고 아픈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약자를 보호해주는 그런 사랑이 샘솟는 아름다운 사회, 나라를 만들어 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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