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디자인문화고등학교 박혜림 학생

안산디자인문화고등학교 박혜림 학생

“장애 · 암 … 생각하기 나름이죠!”

상록구 안산디자인문화고등학교(이하 디문고)에는 횡문근육종이라는 근육에 생기는 희귀암을 극복하고 학교로 돌아와 전국에서 단 1명만 채용하는 공무원연금공단에 최종 합격해 오는 7월 첫 출근을 준비하고 있는 박혜림(21) 학생이 재학 중이다.

별관 2층 교무실 안쪽에 마련된 상담실에서 바른 자세로 앉아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준 혜림양은 너무도 해맑은 소녀의 미소를 짓고 있어 최근까지 암을 앓았다는 사실이 전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이었다.

혜림양은 3년 전, 2학년 재학 중일 당시 단순 치루로 오진을 받고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 이후 진척이 없자 조직검사를 했고 그 결과 암 진단을 받아 일산국립암센터에서 2년에 가까이 항암치료를 받았고 완치돼 학교로 돌아왔다. 이 항암치료 기간은 혜림양을 180˚ 바꿔 놨다.

당시를 회상하며 “암 선고를 받고 학교를 자퇴하려 했는데 선생님들의 만류로 휴학했어요. 치료비 때문에 집안 사정은 점점 어려워졌고, 친구들은 학교 다니는데 언제 완치될지 모르는 항암치료 때문에 절망도 했죠. 근육의 고통 때문에 앉지도, 누울 수도 없고, 머리는 점점 빠져만 가고….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죠. 학교에서 대대적인 모금운동을 벌여 1천 300만원을 보내왔고, 소아암 병동의 친구들과 서로 의지하며 용기를 갖게 됐어요. 무엇보다 항상 곁을 지키며 웃음을 잃지 않도록 해준 친구 같은 엄마를 위해서라도 생각을 고치기로 했어요. 그동안 전 ‘사는 데로 생각’ 했었는데 이때부터 ‘내 생각 데로 살자’고 마음을 고쳐먹었지요. 그때부터 달라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긍정적 마인드로 재무장한 혜림양은 계획을 세웠고 하나씩 이뤄나가기 시작했다. 2년여에 걸친 투병생활은 마쳤지만 통학이 어려울 정도로 떨어진 체력 때문에 개학이 걱정됐다. 긴 투병생활 동안 학교가 너무 그리웠던 혜림양은 매일 어머니와 공원을 돌고 또 돌았다. “매일 최소 두 시간씩은 공원을 돌았어요. 체력이 너무 약해져 구토 하고 나서 또 일어나고... 매일을 이렇게 반복했어요”

체력을 회복한 후 학교에 돌아온 혜림양은 20살에 2학년으로 복학 했고 자신의 치료비 때문에 힘들어하신 부모님을 위해 빨리 취업하기로 결심했다. 학업을 병행하며 자기소개서와 면접 준비에만 전념해 꼬박 1년을 보냈다. 수시로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했고, 전교생 앞에서 진행된 교내 모의 면접에도 참여했다. 드디어 공무원연금공단의 서류심사를 통과했고 3일 후 면접을 보게 됐다. 그러나 너무 긴장한 나머지 3일 동안 3시간도 못자며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 나갔다. 면접 당시 많이 긴장했지만 1년 동안 꾸준히 준비해온 덕분에 실수 없이 답변을 마쳤고 그 결과 합격하며 또다시 자신의 계획을 실현시켜냈다.

인터뷰 말미 뒤늦게 혜림양의 왼손을 확인했다. 내내 왼손을 올리지 않았었는데 순간 손이 머리 쪽을 향할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혜림양의 왼손은 엄지와 중지를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들은 모두 온전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조심스레 손에 대해 묻자 “5살 때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공장에서 놀다가 기계에 손을 대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말투와 표정에는 전혀 후회나 원망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 겨우 21살... 혜림양이 지나 온 학창시절과 그 속에서 받았을 차별과 편견들이 떠올랐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긍정적이고 낙천적 일 수 있을까’ 순간 의구심이 들었지만 혜림양의 해맑은 표정과 당당하고 힘 있는 목소리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장애와 암 투병을 극복해내고 자신의 계획을 차근차근 실현해 나아가고 있는 예비 사회인 박혜림양에게 뜨거운 격려와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 이용호 기자 yong@banwo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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