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 소 / 논설위원

안산예총 사태를 바라보는 안타까움

안산예총이 걷잡을 없는 내분에 휘말리면서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예총은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의 약칭이다. 안산지부 안에는 예술분야 9개 단체가 소속돼 있는데 각 분야 지부장은 안산예총의 당연직 이사직을 맡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안산예총 회장 선출과정에서 회장이 산하 지부회원에게 일종의 자리보장 각서를 주고받았다는 내용이 접수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예총 산하 9개 단체와 감사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신임회장의 자리각서는 표 매수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 했다.

비상위는 현 회장의 임기를 조건부 1년으로 하되 1년 이후 원만하게 운영할 경우 이사회의 의결로 임기를 연장한다는 결정사항을 신임회장에게 통보했다. 하지만 신임회장은 자리보장 각서는 개인과 개인과의 거래일뿐 법률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비대위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예총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감사를 주도했던 산하단체 임원 4명에 대해 징계를 통보했다. 징계대상자 4명 중 1명은 제명, 2명은 이사직 6개월 정지, 1명은 해당 지부 징계권고안을 받았다.

이에 싸움은 법정으로 옮겨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 25부는 (사)한국영화인총연합회 안산지부 이기원 회장이 김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회장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김용권 회장은 선거권이 있는 대의원 김 씨에게 수석부지회장직 제공과 같은 선거인 매수 행위가 없었더라면 선거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며, 따라서 선거는 무효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선거 결과는 총 대의원 54명 가운데 45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이기원 회장은 22표, 김용권 회장은 23표를 얻어 김용권 전회장이 1표차로 안산지회 회장으로 선출된바 있다.

그러다 지난 3월 28일 직무정지 중이던 김용권 전회장이 사퇴를 선언함에 따라 새로운 회장 선출 절차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 되면서 법정 공방으로까지 치달으면서 공석이던 안산예총 회장 재선거는 예상 중이던 김영순 문인협회 회장의 불참으로 후보 등록 결과 김용권 전 회장 1명만이 단독으로 등록을 마친 상태다.

한편 재판부는 지난 달 사퇴한 김용권 안산예총 회장의 당선무효소송에서 당사자가 이미 사퇴한 입장에서 소송 자체는 실효익이 없다며 취하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소송비용 부담을 이유로 소송 취하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5월 1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차기 재판이 예정되어 있는 상태다.

안산예총 사태는 예총 내부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안산을 대표하는 예술인들의 총모임이고, 예총이 지역 예술제와 문화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염려와 함께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

우선 예총이 이런 지경까지 온 과정에는 순수성을 간직해야 할 예술인들이 명예를 좆고 정치 지향적인 모습을 보여 온 과정의 결과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두 번째는 사태 처리 과정의 미흡함과 성급함을 지적하고 싶다. 오랫동안 한 지역에서 머리를 맞대고 문화예술 활동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사람들이 예총 설립 이래 초유의 징계 결과를 내림으로 감정싸움으로까지 끌고 가는 빌미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고 사퇴한 전임 회장이 5월에 있을 재선거에 단독 출마했다는 점이다. 본인이야 명예회복의 기회가 될지 모르나 이는 산하단체의 불신임으로밖에 볼 수 없다. 아직도 소송이 취하되지 않고 진행 중인 상태에서 치러지는 재선거는 꺼지지 않은 불씨를 안고 달려가는 화마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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