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소 / 논설위원

복권기금의 착한 변신

복권 판매액의 약 40%는 복권기금으로 귀속되어 다양한 공익사업에 쓰이고 있다. 2011년은 약 1조 2천억 원의 복권기금이 다문화 가정지원, 장애인 지원 등 많은 공익사업에 사용됐다. 복권기금의 30%는 우선 법정배분사업 대상인 교육과학기술부, 국민체육진흥공단, 근로복지공단 등에 배분된다. 나머지 약 70%는 공익사업 분야에서 사용되어 서민주거안정 사업, 소외계층 복지사업, 보훈복지 사업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인다.

복권기금은 이처럼 조용히 다양한 분야에서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중 특별한 지원 사업을 소개하면 복권기금을 통한 지역아동센터 아동청소년의 야간보호사업일 것이다. 지역아동센터는 2004년 달동네 공부방에서 아동복지시설로 전환되어 정부지원금의 부족으로 늘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다. 특별히 주간보다는 야간에 방임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을 위한 지원 사업을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수년째 진행하고 있다. 복권기금의 야간보호사업은 단지 물질적 지원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보호와 학습지도, 가족지원, 간식 지원 등 세심한 배려를 통해 지역아동센터 이용 아동들의 전인적 발달을 돕고 있다.

와동 소재 책키북키지역아동센터는 49명의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아동들을 10년 이상 돌보고 있는 곳이다. 몇 년 전부터 맞벌이 부부가 늘며 야간에 방임 또는 방치되는 아동들이 생겨나면서 본격적으로 야간보호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운영비 부족으로 사회복지사의 연장 근무와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운영하다보니 지치고 부족한 면이 많았다. 그러나 4년 전부터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하는 복권기금아동청소년야간보호사업에 참여하면서 사업이 안정 궤도를 찾아가고 있다. 야간보호교사의 채용으로 사회복지사들의 연장근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보호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학습을 도와줄 전문 강사의 도움으로 아동들의 학습 향상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학교에서 하위권에 머물며 학습 의욕을 상실하고 있던 아이들이 공부에 재미를 붙이고 열공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야간보호사업은 아이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가족의 문제까지 적극 개입하여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가족 지원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아이들의 교복 지원, 수학여행 경비 지원, 학습지 구입 및 의료 경비 지원에서 가족 여행 지원까지 폭넓은 지원을 통해 가족이 힘을 얻고 살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올해부터는 휴무일인 토요일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아동센터는 문화예술체험 등 일반 아동들과 같은 문화 혜택 및 부족했던 학습에 전문 강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야간보호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책키북키지역아동센터의 김선희 교사는 복권기금의 착한 변신에 대해 “우리가 소액으로 사는 복권이 이렇게 좋은 일에 쓰이는 줄은 정말 몰랐다며,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도 만들어 주고, 아이들에게는 일반 가정과 같은 좋은 환경에서 보호 받을 수 있고, 문화 혜택도 충분히 받을 수 있게 해 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복권은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잘못 운영되면 복권 중독자를 만들어내고, 잘 운영되면 사회의 공기를 만들어낸다. 복권 발행의 목적은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목돈 마련의 기회를 주고, 잉여 구입금은 공익사업에 사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복권 당첨자들이 당첨들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파탄에 빠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러나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사업 지원의 현장에 서 있는 복지 시설들에게 있어 복권기금은 단비와 같다. 그 단비는 시설 운영의 안정을 꾀하고, 이용자에게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아동청소년들의 야간 방임을 해결하기 위해 지원되는 복권기금의 착한 변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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