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소 / 논설위원

노적봉

책 읽어주기의 힘

세 살 아이의 평균적인 어휘력은 300단어 정도 되며, 일 년 후에는 세 배 정도 늘어난다. 어른이 되어서도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단어는 어림잡아 5천 단어를 넘지 않는다. 이 5천 단어를 우리는 기본 어휘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부모와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 언어의 83%는 1천 단어 이내라고 한다. 기본 어휘 외에 이따금 사용되는 또 다른 단어가 있는데 이 또한 5천 단어 정도가 된다. 이를 합친 1만 단어를 공통 단어라고 한다. 이 공통 단어 외에 희귀 단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독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학교 수업이나 일반적인 대화에서 이러한 희귀 단어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어릴 때부터 독서가 되어있지 않으면 희귀 단어의 이해는 단연 어렵다. 문제는 이러한 어휘력에 따라 학습 효과에도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달간 어휘력 향상을 위한 독서만으로도 평균 10점 정도의 학습 향상 효과를 가져왔다는 연구 결과만 보더라도 어휘력 향상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사회경제계층이 낮은 아이는 학교에 입학할 때 어휘력이 빈약한 경우가 많고, 학년이 올라가도 어휘력의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어릴 때부터 다양한 문학 서적에 대한 독서를 해온 아이들은 삶의 다양한 표현을 할 줄 알며 사회 지도층으로의 도약도 높은 편이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독서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문제는 아이들 스스로 독서는 물론 독서의 질적 향상을 꾀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읽어 주기’는 이런 아이들의 어휘력 향상을 가져오고 학습효과도 도울 수 있는 한 방법이다. 15분 책 읽어주기 운동이 그래서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입학 초기의 어휘력이 이후의 성적을 결정한다는 것이 15분 책 읽어주기의 성적표다. 단순히 성적 향상이 아니더라도 책 읽어주기의 힘은 상상 이상의 힘을 갖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아이와 많은 대화를 가지면 어휘력이 향상될 것 같으나 실제로는 독서가 더 유리하다고 한다. 부모가 사용하는 어휘력이 부족하면 그 한계 안에 갇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학교들이 위기에 처한 학교에서 책 읽어주기 처방을 내린다. 독서를 통한 어휘력 향상은 글쓰기로 도 이어져 다양한 삶으로 이어진다.

그럼 어떻게 읽어줄까? 갓난아이는 줄거리보다 언어의 운율을 즐기니 마치 노래하듯 읽어주면 좋다. 사물을 익히는 아이들에게는 그림책이 좋다. 그림 속에서 익힌 사물을 실제 생활에서 다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설명을 곁들인 읽어 주기 방식도 효과적이다. 용어에 대한 정의를 통해 다양한 언어를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 선비들은 독서를 할 때 소리 내어 책을 읽었다. 담장 너머로 글 읽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가문의 자랑으로 삼았던 것도 제대로 된 독서법을 통해 올바른 자녀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시나 소설을 낭독하다보면 자신감도 생기고 기억력도 좋아진다. 낭독의 독서의 살려야 하는 점도 이런 까닭이다.

오늘날 인터넷은 책을 밀어냈다. 아이들은 게임에 중독되어 어휘가 격해지고 험난해졌다. 제대로 된 어휘력을 구사할 줄도 모른다. 학습을 돕는 책과 숙제를 위한 독서를 한다.

4월 23일은 세계 책의 날이다. 책 읽는 사람이 아름답다는 말이 일반화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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