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순 / 우리정신과의원

소통의 부재

어느 오후, 눈이 횡하고 바싹 마른 부인이 남편과 함께 외래를 방문하였다.

“내가 정상인 것을 증명하러 왔어요. 경찰서에 가서 남편의 외도를 신고하니 내가 정상이라는 소견을 써 오면 신고를 접수해 주겠다고 해요.”

부인의 주장을 찬찬이 들어보니 처음, 남편이 회사에서 회식을 하다가 술을 많이 마셔 동료들이 집으로 모셔다 준 것이 화근이 되었다. 그날 남자 직원들이 부축을 하고 운전은 여직원이 하였는데 이를 본 부인은 그 때부터 남편에 대한 의심이 생겨 다투고 다투다가 법적으로는 이혼을 하고 아이들 때문에 남편과 동거인으로 살고 있었다. 바깥으로는 그런대로 살고 있었으나 부인의 마음 속 상처는 점점 더 커져만 갔고 부인의 생각은 점점 더 현실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남편이 관계하는 대상은 숫자상으로도 어마어마하게 불어나 3천명의 여자들이 남편을 유혹하면서 부인에게 절대로 이야기 하지 말라는 소리가 부인에게 들리게 되었던 것이다.

부인의 친정 식구들의 말을 들어보니 부인의 어머니께서 아버지에 대한 의심증이 심해 어린 시절 늘 부모님이 싸우는 것을 보면서 컸다는 것이다. 더구나 형제자매가 많아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하였다. 아버지와는 거의 대화 없이 컸고 그나마 어머니와 다소 소통하며 지냈다는 것이다.

부인은 입원을 권유하였으나 내가 왜 아무 문제도 없는데 입원하느냐며 여러 차례 외래를 방문하여 입원 권유했다고 남편과 병원을 경찰서에 고발을 하였다. 결국은 가족회의 끝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부인은 입원 후 밥에 자신을 죽이려고 약을 탔다며 식사를 하지 않고 약은 마약이라며 뱉어 버렸다. 링거를 맞고 주사를 맞으며 부인과 신뢰관계를 쌓아갔다. 입원 6일 째 되던 날 부인은 미음을 시작으로 식사를 하고 약을 먹기 시작하였다.

어린 시절의 상처, 그리고 결혼 후 남편의 지지 없음은 부인에게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는 병리 현상으로 이어졌다. 성격상 내성적이고 남을 잘 믿지 못하는 성품이다 보니 스트레스가 있어도 말로 풀 수 있는 친구 하나 없고 가슴 속에 꼭꼭 담아 두다보니 스트레스는 점점 꽉 차 소통을 막고 있다.

말로 표현하기!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나면 시원하듯이 정신적인 것도 같은 이치이다. 말로 표현하면 참 시원함을 느낀다. 속마음에 쌓이지 않는다.

세상이 매우 거칠고 어수선하다. 이 때 가족이란 서로가 서로의 의지처가 되어 준다면 얼마나 살 맛 나는 가정이 되겠는가? 가족이란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서로 이해하고 서로 감싸 주는 따듯한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문의전화 : 031-487-3375

단원구 고잔동 705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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