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소 / 논설위원

성형수술에 대한 보고서

내 코가 조금만 오뚝했으면, 내 눈이 조금만 더 컸으면 하는 바람을 많은 사람들이 갖고 산다. 내 외모가 조금만 바뀐다면 인생 성공이 바로 눈앞에 올 것 같은 착각이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다.

얼굴과 몸매가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처럼 유행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러나 성형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런 생각은 오래전 사람들 생각 속에도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형수술의 역사는 기원전 1500년에 인도에서 시작됐다. 숱은 전쟁 속에서 포로로 잡히거나 혹 죄인으로 잡히면 코를 여지없이 잘라버리는 관습 때문에 사람들은 코 수술의 필요성을 늘 갖고 있었다. 단지 이때 수술은 성형외과가 생기기 전이니 전문 의사가 아닌 도자기공이 했다는 것이 특이하다.

이어 16세기에 유럽 전역에 매독이 휩쓸면서 치료제로 쓰이던 수은 때문에 코가 녹아내리자 사람들은 성병 환자임을 감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코 성형 수술을 하기 시작했다.

19세기에는 유대인들 사이에서 차별과 편견을 이기기 위해 유대인 특유의 매부리코를 없애는 수술이 성행하기 시작했고, 미국 개척 초기에는 아일랜드 이민자들 사이에서 켈트 족 특유의 코를 수술해 앵글로 색슨 족 사이에서 자신들을 감추려는 행위가 코 수술을 부추겼다.

성형 수술의 역사는 세계대전을 치루면서 한층 발전하게 되었는데, 팔과 다리 얼굴 등 전쟁의 상처로 인한 신체 이식 기술의 발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성형 수술의 역사는 이처럼 전쟁의 아픔과 혹은 민족 특유의 슬픈 과거사와 맥락을 같이 한다. 당시의 성형은 달라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존의 사회 속으로 들어가 어울리기 위한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1960년대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의 이슬람 지도자였던 말콤 X는 당시 대부분의 흑인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검은 곱슬머리를 감추기 위해 썼던 독한 약으로 인한 고통 속에서 흑인의 정체성을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검은 것이 아름답다는 그의 인권 구호처럼 이후 흑인 특유의 곱술 머리는 흑인 인권 상징의 대명사처럼 됐다. 사실 성형에 대한 욕구는 낮은 자존감을 갖고 사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욕구다. 특별히 유럽의 백인들 사이에서 편견과 차별 속에 살던 흑인들의 변형 욕구는 더우 컸다고 할 수 있다.

푸른 눈과 날씬한 허리 그리고 볼륨 있는 몸매의 바비 인형이 있다. 세계 각국의 수많은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바비 인형은 전형적인 유럽인들의 외모다. 어릴 때부터 바비 인형과 함께 한 아이들의 의식 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바비 인형의 아름다움이 미와 삶의 잣대가 된다.

그러나 민족 특유의 몸매를 유럽인들의 표준에 맞추려는 시도는 어른들의 성형과 아이들의 바비 인형 놀이로 점차 빠져들고 있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인가?

미의 기준은 얼마든지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성형이 우리를 어느 정도 인생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고 믿는다. 면접에서 유리한 점수를 받고 사회생활에서 좋은 호감을 얻을 수 있으며, 연예인 같은 외모를 통해 대리 만족도 느낄 수 있다고 공언한다.

사람은 개인마다 다른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다. 그것이 사람이다. 그런 다름 때문에 사람이 귀한 것이다. 외모를 바꾼다고 내면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연예인을 닮고 싶은 욕망과 욕구가 외모는 바꿀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면까지 바꿀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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