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소 / 논설위원

와동종합복지관 작은 도서관 제대로 만들어라

옛 와동주민센터가 위치해 있던 자리를 지나치면서 자주 걸음을 멈추게 된다. 봄부터 그토록 숙원이던 와동종합복지관 공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임시주차장으로 쓰던 자리는 말끔히 정리되고 공사차량과 인부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걸움을 멈추고 그 모습을 보면서 기대와 염려가 함께 교차한다. 숙원사업이던 복지관이 들어와 동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므로 기대도 되고, 와동 사람들의 삶을 전혀 모르는 소위 복지전문가들이 들어와 물을 흐릴까 사실 염려도 된다.

안산은 계획도시이다 보니 문화다운 문화가 없다. 유형의 전통문화는 신도시개발에 전부 파괴됐고, 무형의 문화도 그리 남아있지 않다. 도시 전체가 이런데 동단위 마을 문화가 남아있을리 없다. 골목길 문화, 마을 특유의 건축 문화, 어른들로 내려오는 관습 문화 등 어느 것 하나 남아있는게 없다.

신도시 개발 초기 집단 이주 단지가 군자, 수암, 반월 지역에 세워졌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이주 단지의 원형은 오래된 주거단지의 흔적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사랑방 한 구석으로 그들의 기억도 사라지고 없다. 팔도에서 몰려와 안산시민이라는 공통의 탈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는 향우회라는 무서운 끈이 그들을 묶고 놓아주지 않는다. 어떤 이는 안산이 살려면 향우회가 죽어야 한다고까지 극단적으로 말한다. 지역 정치와 경제, 문화가 향우회라는 거대한 조직 속에 늘 꿈틀댄다. 모두가 안산시를 염려해서 하는 소리들일 것이다.

다시 복지관 얘기로 돌아와 보자. 복지관은 말 그대로 지역 주민들의 복지 서비스를 위해 존재한다. 복지관은 복지관 역할만 잘 하면 된다. 그런데 이번에 지어지는 와동복지관 안에는 공립작은도서관이 하나 들어선다. 도서관은 마을에서 문화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 도서관이 구색맞추기식으로 만들어질 승산이 크다는 것이다.

고맙게도 안산은 최근 몇 년 동안 공립작은도서관을 곳곳에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작은도서관들이 마을문화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주역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런데 와동의 경우는 염려가 된다. 10년 혹 20년 이상 작지만 마을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도서관 하나 들어서기를 목매여 기다리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염려가 될 수밖에 없다. 작은도서관이 북카페 형식으로 설계되어 기대 이상의 기능을 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을 모르는 사람들이 복지관의 일개 부서로 생각하거나 차 마시는 공간쯤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왜 복지관 안에 구색 맞추기 식으로 도서관을 끼워 넣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설계를 변경해서라도 도서관의 기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욕심 같아선 광덕산 자락에 큼직막한 도서관 하나를 세워달라고 떼를 쓰고 싶다.

나는 안다. 와동 사람들의 삶의 자괴감이 어디서 오는지. 그 회복은 도서관이 대안이 된다는 것도. 노숙자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가 그들의 삶을 회복시켜 주고 있듯이 와동이라는 지역에는 마을 문화를 만들어가고 보듬어주는 역할을 도서관이 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도서관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한다.

복지관 한 귀퉁이에 북카페라는 이름으로 명분만 가진 그런 도서관이 아닌 제대로 된 도서관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얼마 전 도서관 관계자들과 와동도서관 문제에 대해서 짧지만 많은 얘기를 했다. 감사하게도 나와 같은 생각으로 먼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하고 방법을 강구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먼저 손을 내밀고 대안을 찾으려는 진심도 보았다. 도서관 관계자들의 욕심으로만 보지 말고 와동 전체를 봐서라도 관계자들의 관심을 촉구한다.

 

 

저작권자 © 반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