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소 / 논설위원

다문화 특구가 껄끄러운 이유

20명의 적지 않은 모임에 가입해 활동한지 1년이 됐다. 이 모임의 특징은 3개월에 한 번씩 각자가 속한 지역에서 모임을 갖는 것이다.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도 함께 돌아보고 맛있는 음식도 나눠 먹으면서 친목을 다진다. 지난해에는 천안에서 모임을 가지며 오래전 가봤던 잊혀진 독립기념관을 돌아봤다. 비오는 오후 인적이 드문 독립기념관을 돌아보며 왜 사람들의 발걸음이 점차 줄어드는 것일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도 안내했던 분의 정성어린 설명에 많은 것을 배운 기회가 됐다.

작년 12월에는 안산에서 모임을 가졌다. 갈대습지공원과 대부도에 위치한 누에섬 등대 길을 함께 걷고 싶었다. 그러나 한 겨울이라 보여주고 싶었던 곳들을 대부분 포기해야 했다. 대신 시화호조력발전소 휴게소에서 시화호 바람을 함께 맞으며 대부도의 명물인 맛있는 조개구이를 함께 먹고, 오후에는 동춘 서커스를 봤다.

스쳐 지나가기는 많이 했어도 직접 들어가 서커스를 구경하기는 처음이었다. 추운 천막 속 눅눅함 속에서 철 지난 음악과 함께 추억의 서커스를 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훨씬 현대화되어 있는 점이 새로웠다. 친구들을 불러 함께 봐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를 타고 늦가을 시화호를 달려도 봤고, 바다가 열리는 등대 길을 걸어도 봤다. 이것이 내 뇌리 속에 남은 대부도에 대한 그림이다. 친구들에게 기회가 되면 이런 추억들을 함께 나눌 계획이다.

다가오는 3월 중순 다시 안산에서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이때는 원곡동에 위치한 다문화특구에 가서 저녁을 먹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안산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다문화특구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 어떤 곳인가? 거기가면 뭐를 볼 수 있고, 먹을 수 있는가? 등등 궁금한 것도 많다. 그런데 정작 나는 다문화특구에 대한 얘기는 많이 아는데 그리 많이 가보지 못했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정작 다문화특구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많지 않은 것이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았던 이색적인 거리의 간판과 상점들은 머리에 들어오는데 경험이 별로 없다.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 그들 문화와의 접촉이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이질감에 선뜻 친구들을 데리고 밥 한 그릇 먹으러 다문화특구에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곳에 위치한 식당이 맛있는 지 아니면 어떤 문화 공간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언론으로 전해들은 범죄가 판치는 곳이란 선입감도 있다. 처음에는 친구들을 데리고 다문화특구에 가서 그곳의 문화도 함께 느끼고 맛있는 음식도 함께 들어야지 하던 마음이 점차 멀어지는 것이 나만의 생각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다문화특구는 가깝고도 먼 우리 현실이다. 한 도시 안에 사는 그들은 분명 우리가 함께 품고 가야할 시민들이거나 혹 이웃들이다. 그러나 함께 어울리고 사는 것은 어딘가 모르게 멀다. 안산이 다문화특구를 품고 함께 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서적 거리감부터 해소해야 하지 않을까싶다. 안산에 와있는 외국인들만이 와서 즐기고 먹고 물건을 사는 곳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3월 중순까지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다문화특구에 대한 정서적 거리감이 좁혀지고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양한 음식 문화를 겪으며 함께 대화도 나누고 그들의 문화를 공유하는 귀한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문화특구에 대한 껄끄러움이 가시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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