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소 / 논설위원

세상을 바꾸는 천개의 직업

10년 전 나는 세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낮에는 잡지사의 기자로 저녁에는 학원 강사로 일했다. 그러면서 작은 기획사무실을 운영했다. 늘 주머니에 세 가지 명함을 가지고 다녔다. 그때는 이런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참 별나다고들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나와 같이 두 세 개의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흔하게 본다. 그만큼 직업의 세계가 바뀌고 있다는 반증이다.

19세기 직업관이 평생직장이었다면 이제는 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연한도 짧아졌고 평생에 세 직종 이상의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인 시대가 왔다. 그뿐인가 두 가지 이상의 직업을 갖고 일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미래의 직업 또는 새로운 직업에 대한 관심이 아직도 많다. 통계에 의하면 십년 단위로 사라지는 직업이 상당수라고 한다. 반면 새로운 수요에 의해 생겨나는 직업도 상당수라는 얘기다.

작년에 박원순 씨가 쓴 세상을 바꾸는 천개의 직업이라는 책을 곁에 두고 늘 탐독을 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직업시장의 변화를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었다.

그 변화의 첫 번째가 생태적인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기존 에너지의 감소로 인해 패시브 하우스의 출현이 예견된다. 이로 인해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건축물이 대세가 이루게 될 것이고 이와 관련된 직업이 새롭게 생겨난다.

둘째는 문화와 예술과 디자인의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또는 캐나다 출신의 곡예사 기 랄리베르테가 창설한 태양의 서커스처럼 문화를 접목한 사업이 약 9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문화적 상상력을 갖춘 기업들은 사회적기업화로 변신을 꾀하고 직업의 변두리에 있던 문화예술인들을 당당한 직업의 세계로 이끌어 낼 성장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

셋째는 시민사회의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과거 시민운동가는 직업이라기보다 배고프고 고달픈 일에 매달리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 시민운동가 또는 시민단체도 새로운 직업을 얼마든지 만들어내는 힘을 갖게 되었다. 시민사회 영역에서 매년 새로운 직업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우리는 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 60만 개가 넘는 시민단체가 만들어내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미국 내 국내총생산의 7%에 달한다고 한다.

넷째는 버려진 곳들이 세상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과거 농촌은 못 배우고 연로한 사람들의 마지 못해 사는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 뜻있는 젊은이들과 귀농 세대가 만들어내는 억 대 연봉 농부 이야기는 결코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닌 시대가 됐다.

다섯째는 새로운 전문가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과거 의사가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직업의 대표격 이였다면 지금은 대체의학의 발달과 함께 음악, 독서, 미술 등 새로운 분야에서도 치료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여섯째는 파트너십과 거버넌스의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 공정무역 그리고 생활협동조합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왜 이런 새로운 형태 즉, 영리와 비영리의 중간 형태 기업이 생겨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이제 빈부 격차로 인한 사회문제를 정부 혼자가 아닌 공익성을 띤 시민단체들과 함께 풀어갈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작년은 유엔이 정한 생활협동조합의 해다. 우리나라도 이와 관련하여 생활협동조합기본법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경우 이런 생활협동조합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위탁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창조적 자본주의 시대가 열리면서 착한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은 앞으로도 수많은 직업을 만들어낼 것이다.

대기업에만 목을 매는 젊은이들이 많다. 이제 눈을 돌려 새로운 직업에 관심을 가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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