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 소 논설위원

음악에 박치인 내가 늘 꿈꾸던 것은 그럴듯한 악기 하나를 멋들어지게 연주하는 거였다.

그래 20년 전에는 기타를 배워보려고 시간을 내봤지만 노력이 부실했던지 결국 기타를 손에서 내려놓으며 자책만 했다.

두 번째 악기를 배워보려고 했던 것이 15년 전 일이다.

대금 부는 모습에 반해 또 마음이 동했던 것이다. 함께 대금을 배울 친구 몇을 섭외해 문화원에 대금반을 만들었다. 기억에도 가물대지만 대략 두 달 정도 배우지 않았나 싶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두 번째 악기 도전도 실패했다.

지금으로부터 일 년 전쯤 세 번째 악기를 배울 기회가 생겼다.

중년 남성들의 로망이라고 하는 색소폰이었다. 악보를 보지 못해도 시작하면 곧 배울 수 있다는 꾐에 빠져 색소폰을 구입했다.

그렇게 악보와 씨름하며 한 달쯤 지내니 제법 소리가 났다.

그렇게 일 년간 색소폰을 들고 다니니 제법 익숙하게 연주도 하게 됐다. 그곳에서 만난 분들께 주먹밥 콘서트에 와서 연주해 달라고 부탁 아닌 부탁을 드린 것이 계기가 되어 결국 지난 토요일 공원에서 색소폰 연주회를 가졌다.

비가 온다는 예보에 장소 문제로 고민하다 결국 공원에서 공연을 강행키로 했다.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사진 50여 점을 돌담에 기대놓고 나무에도 매달아 놓으니 공원 풍경과 묘하게 어울려 그럴듯해 보였다. 아이들이 공동으로 만든 마을지도도 어느덧 공연에 어울리는 소품이이 됐다.

준비되지 않았으면서도 준비된 듯 한 음악회가 그렇게 시작됐다. 동호인들이 마음껏 뽐내며 불어대는 색소폰의 선율이 공원의 낙엽을 날리며 광덕산 자락을 넘어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두 시간에 걸친 공연은 모처럼 음악에 목말라했던 와동 주민들의 가슴을 촉촉이 젖혔다.

노인정에서 오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들, 등산길에 발길을 멈춘 중년의 아저씨들 그리고 색소폰 소리에 놀라 아이들 손잡고 찾아오신 마을 주민들 마지막으로 강남스타일로 인기 몰이를 한 동네 꼬마들 모두가 오늘의 주인공이었다.

한 연주가가 물었다. 이 공연을 왜 하는 겁니까? 목적이 뭐예요? 목적? 글쎄 우리가 하는 콘서트에 무슨 목적이 있었던가. 그냥 하는 겁니다. 우리 마을에도 음악이 있고 예술이 있고 문화가 있다. 자긍심 가져도 좋다. 그리고 와서 즐겨라. 이런 거였다.

주먹밥 콘서트는 이런 생각에서 시작됐다. 공원묘지가 있는 마을이라는 인상 대신 문화가 있는 마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그래서 시작한 것이 ‘시가 있는 마을 만들기’, ‘사진으로 마을을 담다 프로젝트’,

또 오늘과 같은 ‘주먹밥 콘서트’였다. 밋밋한 음악회에 주먹밥을 함께 먹으며 구경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오늘의 인기 만점인 주먹밥의 진화를 가져왔다. 맛있다며 하나씩 더 얻어가고 싶은 주먹밥은 파출소에도 정을 듬뿍 전달했다.

우리 시대에 시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만든 영화 ‘詩’는 우리가 잊고 지내온 시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했다. 음악 또한 시대와 장소와 연령을 뛰어넘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실감케 하는 하루였다.

마을 할머니는 오늘도 가을 낙엽이 날리는 공원에서 듣던 그 색소폰의 선율을 가슴에 담고 얘깃거리를 만들어 가신다. 이것이 마을음악회의 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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