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순 우리정신과 원장

환자 A씨는 신앙심이 돈독하고 아주 착한 품성을 지닌 분으로 A씨의 아버지는 교회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계셨다.

A씨는 사귀던 남자와의 사이에서 임신하게 되었으나 도저히 아버지에게 말할 용기가 없어 몰래 아이를 지워버렸다.

그 후 A씨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밖에 나가지도 않고 혼자 고민하고 잠도 못자고 자책감에 시달리다 자해를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 입원하였다.

A씨는 병원에 입원하여 날마다 병실 창틀에 매달려 손에 피멍이 들 때까지 매달려있다. 장정들이 몇 명 달려들어야 겨우 떼어낼 정도로 악착같이 매달려 있다.

A씨에게는 그 방법이 자신의 죄를 조금이라도 사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환자 B씨는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청년이다.

정신증으로 환청과 망상에 시달리지만 매우 착하다.

주치의가 병실에 들어가면 환자와 매우 불안한 얼굴로 자신을 ‘독방에 가두고 묶어 달라’고 애원을 한다. 왜 그러냐고 하면 어젯밤에 자신이 자위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자위행위는 성장과정에서 누구든지 경험할 수 있는 일이라며 위로하여도 아니라는 것이다.

성경 말씀에 이성을 보고 음흉한 생각만 해도 죄라고 하였는데 자신은 자위행위까지 했다는 것이다.

용서 받을 수 없는 죄인이니 제발 자신을 벌 받게 해 달라는 것이다.

이처럼 죄책감은 정신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죄책감에 시달리다 보면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만 틀어박혀있다 보니 생각은 좁디좁아져서 자기 생각에 깊이 빠지고 나아가 실제와는 다른 생각, 즉 망상에 빠져버린다.

죄책감이 있으면 대인관계를 잘하지 못하고 그래서 자신의 속마음을 틀어놓을 친구가 없고 혼자 지내기를 좋아하고 말이 없어지며 융통성이 없어진다.

이럴 경우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유심히 관찰하여 빠른 시일 내에 병원을 방문하여 면담을 하는 것이 병이 깊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 가족들이 오셔서 면담을 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병원을 찾아오지 않는다. 환자가 집안을 때려 부수는 등 폭력적이거나 자신을 자해하는 등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야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찾는다.

이미 병이 많이 진전되었을 때 병원을 찾아오기 때문에 예후가 그 만큼 나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의학이며 예후를 좋게 하기 위해서는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관건이다.

산책을 하다보면 아주 작은 들풀들이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제 모습대로 맘껏 피어있다.

누가 밟고 지나가도 상관하지 않는 것 같다. 사람은 실수할 수도 있다고 마음을 크게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나친 죄의식에서 벗어나서 저 들풀들처럼 예쁘게 웃으며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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