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상 순 / 우리정신과 원장

지인의 소개로 찾아온 A군은 매사가 무척 부정적이었다. 가정과 사회, 나아가 나라가 다 썩고 썩어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친구도 없다. 모두 자기 이익만 챙기고 이기적이어서 마음을 나눌 친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은 그 누구에게도 사랑과 관심을 충분히 받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어머니에게서만 약간의 관심을 받았을 뿐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어머니로부터도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아버지는 날마다 술을 마시고 어머니와 자신을 못살게 하고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도망을 다녔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선생님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거의 왕따처럼 혼자서만 지냈다.

그러다가 남을 믿지 못하는 편집증과 우울증이 깊어져 자살을 시도하게 되고 아버지는 그 때 놀라셔서 술을 덜 마시게 되었지만 아버지와는 대화라고는 나눠 본적이 없다. A군의 어려운 형편을 배려하여 정신과 전공의 선생님께 무료로 개인 면담을 받게 되었지만 면담을 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고 자신을 변화시키려 하기 보다는 자꾸 치료자와 경쟁을 하였다. 우울증 약에 대한 부작용을 인터넷에서 미리 찾아보고 치료자에게 질문을 한다거나 치료자가 잘 알고 있나 없나 테스트를 하면서 면담 시간을 다 써 버렸다.

A군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감사하게 느껴진 것은 딱 두 번 뿐이었다 한다.

한 번은 비가 온 날인데 참 시원해서 고맙다는 느낌이 들었고 또 한 번은 어머니께서 자신과 시간을 보내면서 짜장면을 사 주신 날이었다.

그 이외에는 감사할 일이 전혀 없었다고 단호하게 말하였다.

무료로 받았던 정신치료는 전공의가 자신의 공부를 위한 실습이었고 어떤 모임에서 컴퓨터를 선물해 준 것을 상기 시켰으나 돈 많은 사람들에게는 컴퓨터 한 대 정도는 별것이 아니며 그렇게 고맙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따스한 햇살도 청정한 공기도 자신과는 전혀 무관하고 고맙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면담을 하며 A군의 머릿속에는 잡다한 지식만 쌓여있을 뿐 가슴이 메마르고 철판으로 굳게 빗장을 치고 있는 것 같았다.

A군에게 우선 느끼기부터 해보자고 권유하였다. 바람을 느껴보고 따듯한 햇볕도 느껴보자. 마음의 문을 조금 씩 조금 씩 열어보자고...

어린 시절의 상처가 여리디 여린 아이의 마음을 저토록 차단할 수 가 있을까? A군의 마음의 빗장은 과연 열릴 것인가.

과일 가게를 지나며 진열장의 튼실하게 무르익은 감과 사과를 보며 무척 감사함이 느껴졌다. 알맞은 온도와 습도에다 주인의 정성스런 돌봄으로 자신의 모습대로 성숙하게 영근 모습이 새삼 기쁘게 느껴왔다. 우리들도 마음의 문을 열고 성숙해져야겠다. 성숙한 모습은 저절로 감사한 마음이 들게 한다.

이 가을, A군의 마음도 빗장을 풀고 마음이 열리고 성숙해지기를 빌어본다.

문의전화 : 031-487-3375

단원구 고잔동 705번지

저작권자 © 반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