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상 순 / 우리정신과 원장

환자 A씨는 아주 경우가 바르고 매사에 반듯한 주부다.

A씨의 남편은 성격이 급하여 대화중에도 자기 생각과 같지 않으면 버럭 화를 내는 다혈질이었지만 A 씨는 “나 하나 참으면 집안이 편안한 것이다”고 생각하며 결혼 생활 내내 수십 년을 참아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 나가도 샌다’는 속담이 있듯이 남편은 회사에서도 참지 못하고 버럭 화를 내다가 퇴직하면서 A씨는 남편과 24시간 같이 있게 됐고 쌓였던 문제가 불거졌다.

24시간 사사건건 부딪치다보니 A씨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던 것이다. 이제는 A씨가 더 이상 참아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남편이 회사를 그만 두니 A씨는 평소 음식 솜씨가 좋던 사람이라 ‘나라도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하여 A씨는 음식점을 열었던 때였다.

밤낮 옆에서 화를 내니 아무 의욕도 없어지고 무엇을 할 생각도, 엄두도 나지 않아졌다. 그냥 자꾸 눕고만 싶어지고 그대로 눈을 뜨고 싶지도 않았다. 가게를 팔려고 부동산에 내어 놓았다. 하지만 불경기가 심해 가게를 보러 오는 사람은 없고 도저히 음식점을 계속할 힘이 없어 전전긍긍하다가 A씨는 정신과에 가보라는 주변의 권유를 받았다.

정신과 간다는 것이 처음에는 잘 용납이 되지 않았지만 다른 과에서 치료 받아도 차도가 없고 워낙 힘들어 지니 정신과를 찾아지더라는 것이다.

첫 면담을 하며 A씨는 많이 울었다. 그동안 가슴에 묻어둔 울화를 토해 내며 울고 또 울었다. A씨는 솔직하게 마음을 열었고 열심히 치료에 임하였다. A씨는 다소 먼 거리에 살고 계셨으나 치료를 정성스럽게 받았다.

남편과도 면담을 하였다. A씨에게 화내지 말고 편안하게 대해 주시고 A씨의 말을 경청해 주실 것을 주문하였다. 그리고 남편에게도 약물 치료를 권유하였다. 급하고 강박적인 성격에 유효한 약이 있음을 설명하였다. A씨의 상태에 무척이나 놀란 남편은 이전의 고집을 많이 접었다. 남편은 마음을 많이 내려놓고 A씨에게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의지가 대단하였다.

이제 남편은 화가 나면 A씨에게 화를 직접 내지 않고 밖으로 나가 한참을 돌아다니다 들어오곤 하였다.

환자, 보호자, 치료자가 삼위일체가 되어서인지 치료 효과가 무척 빨랐다.

A씨는 도저히 못하겠다고 내어놓은 가게를 ‘가게가 나가기 전 까지는 어떻게 하겠나’하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 했는데 그 사이 치료가 잘 되어 의욕이 생기고 힘이 생기면서 가게 일도 열심히 하게 되었다.

정갈하고 맛깔스런 음식이 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자꾸만 늘어갔다. 혼자서 감당이 되지 않아 사람을 써야 할 지경이 되었다. 외래를 방문할 때마다 감사할 뿐이라고 말씀 하신다.

치료자를 믿는 A씨의 마음, 꼭 나을 것이라는 확신과 꼬박 꼬박 외래에 오면서 치료받았던 A씨의 정성스러움이 A씨의 치료를 앞당긴 것이다.

문의전화 : 031-487-3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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