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근 시의원

요즘은 아침에 뉴스와 신문을 보기가 조심스러울 정도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굳건히 지켜나가기라도 하려는 듯이 거의 매일 누군가의 자살 소식이 어김없이 신문에 실리거나 방송에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에 발표된 통계를 분석해보면 자살은 사회적 지위나 직업, 연령, 성별을 막론하고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자신의 생명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 적어도 뚜렷한 집단이 특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대중적 영향력과 파급력이 큰 연예인, 정치인, 운동선수 등 소위 유명인들의 자살 소식은 하루 일과 중 속보에 실려 전해지기도 한다.

인터넷과 SNS가 발달된 우리나라에서 그 소식은 순식간에 전국적으로 확산된다. 그래서인지 이제 사람들은 자살 소식에도 그다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덤덤하게 익숙해진 모습을 받아들이는 경향까지 있다. 너무 위험하고, 마음 아픈 일이다.

자살 중에서도 이러한 유명인들의 자살은 특히 위험하다. 첫 번째 이유로, 그들의 자살은 사실 온전한 자살이 아니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통해 익명성을 보장 받은 무책임하고, 무감각한 다수에 의한 타살이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 근거 없는 소문을 들어, 아무 생각 없이 이어지는 악성 댓글들로 인해 마음의 병이 점점 악화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누군가 죽고 나면 그제야 사람들은 갑자기 관대해지며 그의 명복을 빌어 준다. 더욱 가관인 것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죽은 이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에게 복수의 칼날까지 들이민다는 사실이다. 자살이 누군가의 눈에는 그저 흥미진진한 하나의 오락거리로 전락해 버린 건 아닐까하는 안타까움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그 배경에는 유명인들의 자살에 대한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행태도 있다. 언제부턴가 언론은 자살 소식을 마치 스캔들 기사처럼 흥미 위주로 몰아가고 있다.

확실한 근거 없이 자살 동기를 공개한다든지, 모든 문제 해결의 방법이 자살인 양 단정 짓는 모습을 보이거나, 혹은 충분한 조사 없는 통계 수치의 이용 등이 대표적인 문제이다.

또한 자살 방법을 자세히 묘사하고, 자살자를 어떤 식으로든 미화함으로써 모방 자살 등 자살의 전염성을 높이는 꼴이 되는 것이다. 자살률을 낮추는 데 그만큼 책임 있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자살 바이러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첫째,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가치를 사회 전반이 공유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며, 둘째, 자살은 정신질환이라는 부정적 사회인식으로 인해 우울증을 숨기거나 치료를 기피해 나타나는 병적인 문제해결 방식이므로, 우울증 및 그에 따른 자살은 치료 가능한 질병이라는 인식이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더욱 강력한 방법으로 무책임한 온라인 살해 행위를 예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책임감 있는 보도라는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건들이 모두 이루어지면 언젠가는 모든 이들이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낸 안녕한 아침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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