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실의 문턱은 낮았고 ‘백발’의 교장은 아이디어가 넘치는 ‘청년’이었다. 1일 토요일 오후 단원구 초지동 초지중학교를 방문해 김기우 교장(사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교육지원청 출신인 김 교장이 교장이 된 건 6년 6개월 전. 초빙 교장이라는 공모를 통해 별망중에서 시작했고 지금 초지중으로 옮겨 온 지도 2년 6개월째다.

올해 쉰일곱(57)이라는 나이에 비해 머리는 너무나 하얗게 변해버린 반면, 교육 철학이나 교육 행정에 대한 아이디어들은 오히려 더욱 젊게 느껴진다.

대화를 시작하며 첫 번째로 주장하는 단어는 바로 벤치마킹. “잘하는 것을 보고 잘 따라하는 편입니다. 교육적으로 좋지 않은 것들은 이어질 수 없다”는 생각이다. 좋은 것에 대한 모방을 즐겨하다 보니 교사들에 대한 주문도 많다. “다른 학교에 방문했다가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오면 그대로 해보자고 이래저래 주문을 많이 하는 편”이라는 그다.

초지중에는 학생들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초지리그’로 학기 중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축구, 농구, 단체줄넘기 경기다. 전체 30개 학급 중에서 12개 학급이 돌아가며 펼치는 초지리그는 체력 향상이라는 목표와 함께 반 친구들 사이의 단결을 유도해 관계 개선 효과를 이루기도 한다. “경기를 이기기 위해 서로 격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서로 이해하고 돕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는 설명이다. “요즘에는 담임교사 사이에도 경쟁이 붙어 즐겁게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김기우 교장의 작은 아이디어에는 감동도 함께 한다. 일반적인 졸업앨범과 달리 초지중 앨범에는 현직 교장만이 아닌 전직 교장, 교사들의 얼굴도 함께 실린다. 졸업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것만이 아니라 신입생이나 2학년 때 함께 했던 교사나 교장에 대해서도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김 교장 개인 경험에서 나온 생각이지만 반응은 아주 좋다.

초지기네스도 눈에 띈다. 세숫대야 폐활량, 배구공 컬링, 선 던지기, 콩 옮기기, 도미도, 팔씨름, 손바닥 밀치기 등 제목만으로도 재밌고 관심이 가는 종목들을 학급별로 경쟁하기도하며 문자빨리보내기, 한발로 오래서있기, 이쑤시개 멀리던지기 등의 재미있는 아이디어들도 모두 아이들을 모으고 기쁨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다.

이외에도 대학 연극부 출신 교사를 통해 연극반을 운영한다든지 군부대를 방문하는 병영체험, 예절경연대회 참가 등도 모두 즐거운 학교생활을 위해 마련된 컨텐츠들이다.

또한 초지중의 관계증진 프로그램도 모범적이다. 또래·사제·부모·사회와의 관계를 위해 1년에 10개 정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을 받은 도보대행진을 비롯해 대부도 해솔길 걷기, 강당에서의 야영, 밤샘 수다 등이 그것이다.

김 교장은 “기분이 즐거워야 잠재된 능력을 계발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하교 싶은 것을 하고 살 것”을 주문한다. 이를 통해 사랑받는 학생, 존경받는 스승, 신뢰받는 학교를 이루고자 하는 바람이다. 이것이 그가 바라는 ‘함께 하는 교육 공동체’의 모습이다.

김기우 교장의 방에는 두 개의 화이트 보드가 보이며 각 보드마다에는 신문 스크랩이나 일정표, 초대장들이 즐비하다.

교장이라는 업무를 제대로 즐기고 있음을 반증하는 징표들이다. 위엄과 격식을 중시하는 교장보다는 밝고 유쾌함을 추구하는 교장이 ‘즐거운 학교’에는 더욱 잘 어울리는 법이다.

/ 강희택 기자 kkang@banwo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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