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정숙 / 안산시의회 의원

특별한 이유 없이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르는 ‘묻지마 범죄’가 급증하여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최근 뉴스를 통해 자주 등장하는 ‘묻지마 범죄’는 다양한 양상으로 전염되고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범인이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들도 다양하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고, 혹시나 운이 나쁠 경우 길을 걷다가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보니 ‘공포’까지도 밀려오기 시작한다.

왜 이런 묻지마 범죄가 우리 사회에서 증가하고 있을까? 묻지마 범죄자의 범행 동기를 비춰보면 대부분 혼자 살거나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심리적 불안, 인간에 대한 불신, 사회 불만이 증폭되어 잔인한 행각을 벌이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과 미국에서도 ‘묻지마 범죄’가 간헐적으로 발생되는데, 이는 버블 경제의 영향으로 비정규직과 종신 고용의 철폐와 같은 사회적 현상이 ‘묻지마 범죄’를 양상시키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경제 발전을 이루면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쟁을 뜨겁게 지속시키고 있다.

인종차별 존재, 재산에 따른 차별 존재, 공산주의자 배제, 제한적 조치 등 민주주의 사회를 형성하는 구체적인 실행에 대한 논의를 사회 안에서 끊임없이 쟁점화하여 사회 양극화되는 측면을 보완하려는 제도적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묻지마 범죄’는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경쟁만능 사회가 배출하는 폭력물이다. 민주주의의 선행에 앞서 경제발전 만능중심 사회에서는 인권의 문제, 차별의 문제가 배제돼 양극화 시스템으로 전환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 구조는 극단의 사회 폭력을 배출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한국사회는 먹고 사는 것이 급해서 경제발전을 우선해서 달려왔다. 경제 대통령도 선택했다. 그 후 경제발전은 세계 불황에 휘청거리고 사회 공동체는 무너지고 있으며 ‘묻지마 범죄’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어디서 해법을 얻을 것인가?

스웨덴 언어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여사의 ‘오래된 미래’라는 책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진 ‘라다크’ 사회에서 그 해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천사를 닮은 사람들이 사는 ‘라다크’는 모든 것이 부족한 고산지대, 생존을 위해 키워 놓은 사람들의 지혜는 욕망을 줄였고, 결과적으로 풍족한 현대사회보다 더욱 행복하게 사는 공동체 사회다. 하지만 새로운 도로가 뚫리고 외부사람들이 들어오면서 라다크의 전통도 흔들리고 외부의 관광객이 뿌린 돈을 알게 되고 행복보다 자본의 위력 앞에 무너지는 모습이 ‘오래된 미래’에 담겨져 있다.

반년 만에 함께 고통을 나누는 공동체 사회에서 경쟁 만능 자본주의 체제로 변한 한국사회.

무차별 묻지마 폭력은 공동체 가치를 버린 우리가 얻은 결과물이다.

이제 경쟁과 만능사회를 탈피하는 새로운 사회시스템을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

약자에 대한 사회복지 안전망,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공임대주택 마련, 여성주의와 다문화 이해를 위한 지원 등이 필요하다. 신자유주의의 허구에서 벗어나 국민의 공익성을 확보하는 정책마련이 우선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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