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근서 경기도의회 의원

얼마 전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주차장 개방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교직원이 이용하는 학교주차장을 야간에 지역주민에게 개방해 고질적인 주차난을 조금이나마 해소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명분과 필요성 측면에서 볼 때 큰 논란 없이 쉬이 합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학교장을 비롯해 학부모 등 학교구성원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학교 측에서는 주로 아이들 안전문제와 관리책임의 소재를 들었다. 안산시에서 주차관리 직원을 상주시키고, CCTV를 설치하고, 시설 파손 시 보상 등 보완책을 약속하고, 경기도에서는 여러 인센티브를 제시했지만 속 시원한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안산시의 학교 주차장 개방 시책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성남을 비롯해 서울 동작구 등 주차난이 심각한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와 학교가 서로 협력해 지역별로 수백 대의 주차 면을 주민에게 개방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부 아파트 단지를 제외하고 주차난으로 몸살을 겪고 있는 안산시의 주택가에 현실적으로 가장 유효한 정책수단이 외면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를 비롯한 공공시설물의 적극적 개방 정책은 사실상 올해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말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는 공공기관 편의시설 개방을 추진키로 결정하고 몇 개 공공기관과 개방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올해 7월부터는 전국 847개 공공기관에서 주차장, 운동장, 교육시설, 체육시설 등을 지역주민에게 개방해 호응을 얻고 있다.

안산시도 최근 김철민 시장이 안산시 학교장들을 만나 학교주차장 개방에 참여토록 권유하고, 이에 따른 안산시의 각종 인센티브 및 관리 대책을 제시한 바 있다. 초·중등교육법과 각급 학교시설의 개방 및 이용에 관한 규칙 및 관련 조례 등에서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의 기간을 제외하고는 개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시설의 개방 권한이 학교장에게 있다 보니 정작 안산시 일선학교에서는 관리책임자인 학교장이 선뜻 나서지 않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주민에게 개방을 하지 않아 거의 관상용이 되다시피 한 학교 인조잔디운동장이 있는가 하면 주말에 화장실은 물론 운동장 수도시설까지 폐쇄하는 등 ‘철통경비’를 하는 학교도 적지 않다. 학교장 입장에서는 개방에 따른 번거로움과 관리책임 시비를 굳이 자처할 필요가 없고, 별 탈 없이 임기만 마치고 떠나면 된다는 생각이 학교시설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게 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학교운영위원회 등에 참여하는 학부모들도 적극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학교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역문제 해결에 주체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자세가 아쉽다. 우선 학교시설은 교육청이나 학교만의 재산이라는 ‘소유적’ 관점보다는 전체 주민의 공공시설물로서 이해해야 한다. 개방에 따른 혜택도 그 누구가 아니라 학부모를 비롯해 지역주민 모두의 것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선부3동과 와동을 보면 학교주차장 개방이 얼마나 요긴하고 파급효과가 큰 지 가늠할 수 있다. 이 지역은 올해부터 수십억 원을 들여 2015년까지 설치하려는 공공주차장이 560면 정도이다. 그런데 대개 40~50면 정도인 학교주차장을 4개 학교가 개방할 경우 200면 정도를 큰 예산 없이 확보할 수 있다.

학교시설 개방과 이에 따른 각종 안전사고와 시설물 훼손 등에 대한 대책은 면밀히 세워지고 있다. 유지, 보수, 관리감독과 배상책임 등에 대해 명확한 규정은 물론 학교장에 대한 면책조항도 협약할 수 있는 만큼 학교가 더 이상 개방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굳게 닫힌 빗장을 열고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학교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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