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교 안산시 의원

얼마 전 의정활동을 마치고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을 지나쳐 돌아오는 길이었다. 마침 그곳을 함께 지나가던 한 직원이 ‘어머 여기 공원이 생겼네?’, ‘예당에서 공연도 보고 잠시 숲길도 걸으면서 고대병원 뒷산까지 연결되어 있다면 병원이 제일 좋겠는데’라고 말하며 연신 이것저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어 공사가 마무리되면 한번 와 보자고 제안한다.

제안을 받은 나는 당연히 “그러자”고 대답을 하긴 했지만, 내게 이 공원은 즐거움과 동시에 또다른 아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재작년 요로결석으로 인해 고대안산병원에 입원해야 했던 적이 있었다. 생각보다 상태가 좋지 않아 한동안은 어쩔 수 없이 병원신세를 져야만 했다. 당시 입원해 있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마음을 다스리는 일 뿐이었다. 그때 병실 넘어로 보이는 조그마한 야산이 많은 위로가 됐고, 그 야산은 눈으로 대화하는 나의 친구가 되기도 했다.

야산과 대화하고 위로받던 그때, 머릿속을 스치며 들었던 생각이 ‘지친 환자들을 위로 해줄 수 있는 복지가 어떤 것이 있을까?’, ‘꼭 복지관을 짓고 경로당을 만들고 하는 것만 복지일까?’하는 것들이었다.

복지업무를 다루고 있는 안산시의회 경제사회위원장으로서 어쩌면 직업적인 고민이기도 했고, 병때문에 입원해 있는 한 명의 환자로서 가질 수 있는 답답함에 생긴 의문이기도 했다.

누구나 알다시피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심리적 안정일 것이다. 환자가 중증이든 경증 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복지라는 것 또한 시민들의 심리적 안녕 상태를 만들고 유지시켜주는 것을 말하는 것 아닌가?

병실에서 누워있던 환자에게 그 볼품없는 야산은 큰 심리적 안정을 주었고, ‘이것이 바로 환자들에게 주는 커다란 복지구나’라는 생각을 입원 내내 하게 됐다. 결국 퇴원하면서 나의 이런 생각을 실천에 옮기게 됐고, 관련 부서와 수차에 걸친 논의 끝에 예산을 확보하게 됐다. 그래서 지난 날의 이름 없는 야산이 오늘의 “시민 건강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시민 건강의 숲은 지난 5월 7일 첫 삽을 떴다.

시민 건강의 숲 조성공사는 생활환경 숲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단원구 고잔동 817-1번지 일원에 방치된 1만여 평의 산림녹지를 건강증진과 문화예술을 접목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도비를 포함해 총 3억8천만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고, 진입광장, 치유의 숲, 벚꽃산책로, 그림벽, 전망데크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현재 마무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렇게 고대병원은 개인적으로 아픈 기억이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기억을 만들어 준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건강한 사람이든 아픈 사람이든 행복을 꿈꾸며 산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 행복이 특별히 더 절실할 것이다.

‘시민 건강의 숲’이 모든 이에게 치유와 편안한 쉼이 있는 숲으로 우리시 또 하나의 명소가 되길 바란다.

아울러 꿈이 현실이 되도록 적극 도와주신 안산시 녹지과 직원분들께 이 자리를 통해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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